대학 특강을 재개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이 정치를 하게 된다면 사회적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고 지금 그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30일 오후 부산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아직은 '고심 중'임을 이같이 밝혔다.
안 원장은 "정치인들은 자신의 뜻을 대중에게 밝히고 찬성하는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행동한다"면서 "그러나 제 경우 사회변화에 대한 열망들이 저를 통해 분출된 것으로 그렇기 때문에 그것들이 온전히 저 개인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하면 교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 원장의 이 발언은 "대중들이 '안철수'가 아니라 '안철수 같은 사람'을 지지하는 경우도 많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안 원장 본인도 '내가 공중에 떠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지지세의 본질을 나도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것.
그는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들이 저를 통해 분출된 것인데 저에 대한 지지의 본뜻, 사람들의 뜻을 파악하고 결정을 내리면 분명하게 말씀드리겠다"며 "누구의 입을 통해 어떻다는 것은 믿지 마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안 원장은 청중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통합진보당 구 당권파를 비판하기도 했다. 안 원장은 "다양성의 시대에 소수의 약자를 대변하는 진보정당은 기성정당보다 민주적 절차를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진보정당이 인권평화와 같은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데 이러한 잣대가 북한에 대해서만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독 이 문제가 안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며 "국가경영에 참여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등에 대한 판단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쪽이다.
다만 안 원장은 "부분의 문제는 부분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이 문제가 건강하지 못한 이념문제로 확산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색깔론 확산을 경계했다.
청중들의 여러 질문 가운데 무엇에 대해 대답할지는 안 원장이 선택한 것이다. 한편 안 원장은 "원 구성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서로 날을 세우고 있다"며 "구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여전히 정치가 과거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상대방 유력 정치인을 두고 한쪽에선 10년째 어떤 분 자제라고 공격하고 한쪽에선 싸잡아 좌파세력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그런 게 낡은 프레임, 낡은 체제"라고 덧붙였다.
안 원장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제안한 공동정부론에 대해선 "이 시점에서 제가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만 받아 넘겼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박근혜 등 좋은 정치인이 많고, 문 상임고문의 이야기가 굳이 나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합의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본다"고 외견상 '등거리'를 유지했다.
"시간 많지 않은 것 잘 안다"
안 원장 장 본인의 말대로 아직 '결심'이 서지 않았다는 것이 주변의 이야기다. 하지만 안 원장 본인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야권 주변에서는 안 원장에 대해 "2006년 고건 케이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당시 이명박, 박근혜는 물론이고 모든 잠재적 대권주자들을 제치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었떤 고건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격 본인의 의지 부족 등의 이유로 중도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을 결과적으로 야권 주자들이 흡수하지 못했던 것.
안 원장의 경우에 어중간한 상황과 어중간한 포지션에서 '포기 선언'을 할 경우 지지세가 공중분해 되고 이는 새누리당에 결정적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안 원장 측 관계자는 "그런 우려를 (안 원장) 본인도 알고 있다. 그런 모양새가 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 1학기 학사일정이 모두 마치면 보폭을 좀 더 넓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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