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발 외환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악재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 하락세를 가져온 터키발 악재는 13일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도 전염됐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1.5% 하락하며 2250선이 붕괴된 채 마감(2248.45)했다. 코스닥은 3.72%나 폭락하며 755.65로 종료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4.4원 오르며 연고점(1135.2원)에 바짝 다가선 1133.90원을 기록했다.
일본의 니케이지수가 2% 가까이 급락하는 등 아시아 주요 증시와 유럽 증시도 1% 안팎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터키발 악재는 터키 리라화의 폭락세가 상징한다. 달러 대비 리리화 환율은 7.2362라는 기록적 수준으로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70% 넘게 폭락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에 대해 관세폭탄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지난주에 급락세가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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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각각 50%, 20%로 기존보다 2배 올린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이날 터키 리라화 가치는 13.6% 하락했다.
터키발 악재로 타격이 심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경상수지적자 규모가 크고 정치부패가 심한 곳이다. 그래서 한국처럼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한 곳은 터키발 악재가 제한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유럽은 터키와의 무역 규모가 약 1800억 달러(약 200조 원)에 이르고, 유럽은행들이 터키에 대한 대출 익스포저도 많아 터키 리스크에 민감한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터키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고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는 터키의 경제위기를 일찌감치 경고해온 금융전문가 팀 리의 주장을 소개했다. 그는 "터키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라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전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통화팽창 정책을 쓴 부작용이 터키발 악재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터키 은행들은 당시에는 좋은 환율로 값싼 달러 자금을 들여와 고속성장중인 터키 기업들에게 대대적으로 대출해주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태국의 상황과 비슷하다.
국제금융연구소(IIF) 통계에 따르면, 터키 같은 신흥경제국들을 비롯한 전세계 외화표시 기업 부채는 사상 최대 규모인 5.5조 달러에 달한다.
팀 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이 마르고, 달러 가치가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은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이라면서 "은행만의 위기가아니라 금융시장 위기가 닥칠 것이 거의 틀림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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