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연간 60억 원 규모의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완전히 폐지하기로 13일 합의했다.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특활비 양성화 기조를 거두고 완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특활비를 사용하되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남기는 등 투명성 강화를 통한 특활비 '양성화' 방침을 밝혔으나, 이는 사실상 특활비 유지를 위한 꼼수라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 밀려 완전 폐지로 선회한 것이다.
회동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특활비 폐지는) 의정사에 남을 쾌거"라며 "이제 어떻게 완벽한 제도화로 마무리 짓느냐가 남았다"고 했다. 특활비 폐지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방향은 국회의장 주도 하에 오는 16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특활비는 여야 간에 완전히 폐지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며 "아직도 국회에 대해서 국민들이 불신하고 일하지 않는 국회로 인식하면서 이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특활비 완전폐지 합의를 홍 원내대표와 이뤄냈다"며 "특활비 폐지로 우리 사회의 기득권과 정의롭지 못한 제도의 일면을 거둬내게 됐다. 다행이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의 '쌈짓돈' 역할을 하던 국회 특활비를 폐지키로 여야가 합의하면서, 다른 정부부처와 국가기관의 특활비도 이에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전체 예산에서 국가정보원, 청와대, 검찰, 경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에 편성되는 특활비 규모는 국회에 배정되는 60억 원 이상이다.
정의당과 함께 특활비 폐지를 일찌감치 주장해온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국정원, 청와대, 검찰, 경찰 등 특활비를 주로 사용하는 기관에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이뤄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나 여야가 특활비를 폐지하는 대신 업무추진비 예산을 증액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지금 국회에 이미 예산 편성되어 있는 업무추진비를 예산 증액을 하면서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겠다는 방향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업무추진비가 얼마나 더 증액되어야 하는지, 이를 납득 시키려면 특활비가 정당하게 제대로 사용되었는가를 밝히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런 논의 없이 업무추진비를 다시 늘리고자 하는 것은 특활비는 없앴지만 특활비로 받아왔던 돈은 그대로 수령하겠다는 그런 뜻으로 읽힐 수 있다"라고 했다.
이에 김성태 원내대표는 특활비 폐지 대신에 업무추진비를 늘리는 것도 생각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교섭단체 간의 의견을 추진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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