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정치적 선택은 늘 화제였다. 노무현 대통령을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만들었던 광주의 선택은 유명하다. 작게는 지난해 4.28 재보궐 선거에서도 호남은 '단일화라는 대의'를 선택해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을 당선시켰다.
서로 다른 이 두 장면의 공통점은 하나다. '광주는 미래를 본다'는 것. 당장 지금 이 순간 다소의 손해가 있더라도 더 큰 이득을 보고 표를 던진다는 것. 그런 광주가 4.11 총선에서는 무슨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일까?
광주에서 선전하는 이정현…"투표소 가면 그래도 새누리당은 안 찍는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민주당 싹쓸이 지역으로 총선 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광주가 4.11 총선에서는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광주 서구을)의 예상 외의 선전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정현 후보는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에 맞서 팽팽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6일 <광주일보>와 <KBC 광주방송>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정현 후보는 44.2%의 지지율을 얻었다. 야권단일후보 오병윤 후보(39.3%)에 비해 4.9%포인트 앞섰다. 비록 오차범위 내긴 하지만 이정현 후보가 4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같은 <광주일보>의 지난 3일 여론조사에서는 이정현 후보가 34.5%, 오병윤 후보가 30.8%의 지지율을 기록했었다.
호남의 정치1번지 광주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40% 넘는 지지율을 보인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놀라운 일이다. 특히 5일 나온 <오마이뉴스> 여론조사 결과는 현재까지 나온 여론조사 가운데 두 후보의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이정현 후보가 46.9%, 오병윤 후보가 31.4%를 얻어 15.5%포인트를 기록한 것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들에서 두 사람의 격차가 대부분 3%포인트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조사 결과다.
왜 이런 조사가 잇따르는 것일까. 양당 관계자 모두 여론조사의 한계를 지적한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여론조사의 근본적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고, 이후 휴대폰 조사 도입 등으로 이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완벽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야권은 막상 투표소에 가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선대위의 이정미 대변인은 "여론조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오병윤 후보가 상승세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여론조사에서는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적극적 지지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투표 당일에는 '그래도 새누리당은 안 된다'로 표심이 쏠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층이 오병윤보다 이정현으로 쏠린다?"
문제는 주요 여론조사의 추이다. 조사 방법에 따라, 조사 기관에 따라 워낙 들쑥날쑥하고 있고 두 후보 간의 격차도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는 양상이지만, 상승폭이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조사 결과 발표일을 기준으로 오병윤 후보는 28.6% (중앙일보, 3월 28일) → 27.9% (조선일보, 4월 2일) → 30.5% (방송3사, 4월 4일) → 31.4% (오마이뉴스, 4월 5일) → 39.3% (광주일보-KBC광주방송, 4월 6일)의 지지율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이정현 후보는 24.3% (중앙일보, 3월 28일) → 27.1% (조선일보, 4월 2일) → 33.2% (방송3사, 4월 4일) → 46.9% (오마이뉴스, 4월 5일) → 44.2% (광주일보-KBC광주방송, 4월 6일)의 지지율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오병윤 후보의 상승세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의 상승폭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무소속 서대석 후보가 지난달 28일 사퇴했만 서 후보의 사퇴 이후 외려 이정현 후보의 상승폭이 더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정현 후보(가운데)는 24.3% (중앙일보, 3월 28일) → 27.1% (조선일보, 4월 2일) → 33.2% (방송3사, 4월 4일) → 46.9% (오마이뉴스, 4월 5일) → 44.2% (광주일보-KBC광주방송, 4월 6일)의 지지율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뉴시스 |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단 인물 경쟁력에서 오병윤 후보가 이정현 후보에 비해 다소간 밀리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광주 출신의 한 정치권 인사도 "광주 사람들이 '민주당 몰표'에 대해 문제의식은 있지만, 통합진보당도 마음에 쏙 들어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광주 유권자는 헷갈린다?
게다가 야권단일화 지역으로 분류된 광주 서을 외에 나머지 7곳의 광주 선거구에서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악착같이 싸우고 있는 현실도 광주서을의 이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총선에서 광주 8개 선거구에 모두 후보를 냈다. 당선은 어렵다 하더라도, 정당 지지율을 높이고 지역 기반을 닦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그러나 바로 옆 동네에서는 서로 삿대질하며 경쟁하는데, 도로 하나 건너서는 '한 편'이라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유권자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고 정치권 인사들을 설명한다. 경쟁 지역에서의 '악화된 감정'이 서구을까지 '전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오병윤 후보의 입장에서는 광주 다른 지역에서의 선거운동이 오히려 득표에 해가 되는 아이러니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는 영남에서 새누리당 후보와 직접 붙어 싸우는 김부겸 민주통합당 후보의 '영남 도전'과 이정현 후보의 '호남 도전'의 성격이 다른 이유기도 하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손학규 상임고문이 잇따라 광주를 찾아 오병윤 지지를 호소했다. ⓒ뉴시스 |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손학규 상임고문이 잇따라 광주를 찾아 오병윤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도, 오병윤 후보가 통합진보당의 상징색인 '보라색' 대신 노란색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통합진보당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 탓에 '결단'을 내렸다. 오병윤 후보가 출마한 광주서을의 바로 옆 선거구인 광주서갑의 후보를 용퇴시키기로 한 것이다. 우위영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6일 "광주 서갑에서 후보 단일화가 진행됐다"며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이정현 후보가 당선된다면 광주에서는 27년 만에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 1985년 중선거구 제도 아래 고귀남, 이영일 당시 민정당 의원이 광주에서 당선된 이후 처음이다. 오병윤 후보가 위기를 딛고 승리를 거머쥔다면, 광주에서 첫 진보정당 지역구 의원이 나오게 된다. 광주는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인가.
조영택·최인기 '무소속'으로 귀환할까? 호남 선거에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무소속의 생환 여부다.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나선 조영택(광주서갑), 최인기(전남 나주화순), 박주선(광주 동구) 후보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현재까지 나온 조사로만 보면, 조영택, 최인기 후보만의 살아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남일보>의 지난 4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영택 후보는 25.3%를 얻어 해당 지역의 민주통합당 박혜자 후보(20.8%)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나주화순의 최인기 후보는 훨씬 더 넉넉한 1위다. 같은 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최 후보는 44.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통합당 배기운 후보(34.2%)와는 10%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두 선거구의 결과에 막판 변수는 통합진보당과의 단일화가 성사됐다는 점이다. 현역 의원이지만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가 강세를 보이는 두 지역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들은 '용퇴'하기로 했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 여의도에 입성한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의 재선 가능성도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는 순천시장을 버리고 총선에 뛰어든 노관규 민주통합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2-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 지역은 광주서구을과 달리 민주당 지지층이 숨은 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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