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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스타덤 오른 BTS를 뜯어보자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대중문화산업과 케이팝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한국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보편적 소구력을 가진 미디어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만들고 직접 유통시키면서 전세계적인 규모의 팬덤을 형성했으며, 이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스타덤에 올랐다. 그들은 최신 팝음악 장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다양한 지역의 청중들의 공감을 얻었고, 나아가 미국 엔터테인먼트산업 관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탄생한 이 글로벌 스타는 2017년부터 미국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음악 시상식에 등장해, 전미 시청자들에게 미디어 볼거리로서 케이팝 아이돌 문화를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방탄소년단의 사례는, 디지털 미디어와 컨버전스 문화가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문화 생산, 공유, 그리고 향유 방식의 심도 깊은 이해와, 이를 반영한 콘텐츠 문화 산업 지원과 정책 방향 수립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필자)

케이팝 (K-pop)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2017년 5월 21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톱 소셜아티스트 상' 수상자로 호명되었다. 이 날, 방탄소년단의 리더인 RM은 연단에 올라 수상의 영광을 세계 전역에서 그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 팬클럽 ARMY에게 돌리며 객석을 메운 팬들로부터 큰 환호를 이끌어냈다. 6개월 후, 방탄소년단은 미국 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45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연작 앨법 <Love Yourself-承 Her> 의 타이틀곡인 DNA 공연을 선보인다. 방탄소년단은 이 시상식에서 공연을 한 첫번째 한국 아이돌 그룹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미국 전역의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8년에 들어서도 방탄소년단은 미국 대중음악시장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최신 앨범 <Love Yourself-轉 Tear>은 6월 2일자 빌보드 앨범 200 차트에 1위, 앨범 타이틀곡인 ‘Fake Love’는 ‘핫100’ 싱글차트에 10위로 진입했다. 새 앨범 발표 첫 주에 빌보드 주요 차트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케이팝 그룹은 방탄소년단이 최초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8월에 돌입하는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Love Yourself> 공연의 경우 북미와 유럽 10개 도시 28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처럼 앨범 및 공연 관련 다양한 통계 지표들은 방탄소년단의 브랜드 파워가 북미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대중음악산업이 세계 음악시장을 주도해왔음을 감안하면, 최근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이룬 성취는 지난 20년 간 한국 대중음악 생산자들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구축해 온 산업적, 사회문화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컨텐츠 생산 및 유통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가늠케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른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등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으며, 이들의 행보가 한국 대중음악산업계에 던지는 시사점을 논하고자 한다.

군소기획사 출신 아이돌 그룹의 성공 신화

방시혁 음악 프로듀서가 이끌고 있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6월 13일 일곱 명의 소년들-슈가, RM, 지민, 뷔, 제이홉, 정국, 진-로 구성된 방탄소년단을 데뷔시켰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은 사회적 편견과 억압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면서, 자신들의 음악적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탄소년단은 힙합아이돌을 표방하면서 데뷔 초, 싱글앨범 <2 COOL 4 SKOOL>(2013) 와 미니앨범 <O!RUL8,2?>(2013)을 연달아 발매했으나, 국내 주요 음악방송 차트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들은 세번째 미니앨범 <화양연화 pt. 1>(2015) 활동 당시, 타이틀곡 ‘I Need You’로 국내 주요 주간 음악방송 프로그램에서 첫 1위를 차지하면서 주목을 받게 된다. 방탄소년단의 성장 과정은 소수의 대형 기획사들이 주도하는 아이돌 음악 시장에서 군소기획사를 통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들이 버텨내기가 쉽지 않음을 잘 드러낸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초창기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는 동안 자신들이 겪은 우여곡절들을 창작물의 소재로 활용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진솔하게 담아내는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하게 되었다. 이러한 전략은 서구권에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잡지, 롤링스톤의 크리스 마틴 기자는 미국 음악 수용자들은 팝아티스트가 공감 능력(Empathy)과 진정성(Honesty), 그리고 독립성(Independence)을 갖추고 있는가를 중시한다고 지적한다. 그의 주장을 빌면, 방탄소년단이 성장해 온 과정이 서구 팬들의 전통적인 팝아티스트 평가 기준에 잘 부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주요 음악기획사들은 자체적으로 아이돌 구성원 선발 및 교육과정을 개발해왔고, 이 과정을 통해 일상화된 경쟁과 자체 평가 과정으로부터 생존한 이들만이 체계적인 음반 및 공연 제작팀의 지원을 받으며 데뷔를 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왔다. 이처럼 체계화된 육성 과정을 통해 대중들에게 선보이기 때문에, 대형 기획사를 통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 구성원들은 복잡한 동선과 극렬한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노래를 흔들림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압도적인 실력을 갖췄다는 이미지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구축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실력파 아이돌 이미지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일본 대중음악 시장에서 케이팝 그룹들이 선전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앨범과 공연은 물론, 미디어 행동 양식까지 완벽하게 준비된 것들을 시연하는 아이돌들이 전통적 의미의 팝아티스트로서의 요건을 갖췄는가에 대해 회의 어린 시선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아이돌 그룹의 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데뷔 초기와는 달리, 무대에서의 태도나 불성실한 팬 서비스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는 아이돌 멤버들도 종종 미디어에 등장해 왔다. 이와 반면 방탄소년단은 데뷔 이후 가사와 곡을 쓰는 RM과 슈가가 앨범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그룹 구성원들의 음악 생산 과정에서 참여 여부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고, 트위터 계정을 멤버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개인이 온라인 활동으로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힙합 아이돌이라는 내재적으로 모순된 두 개념의 결합에 따른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 또한 철저히 음악을 통해 응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케이팝의 교차성과 혼종성

뉴욕타임즈의 비디오 저널리스트 니콜 파인맨은 방탄소년단의 인기 동인을 분석하고자 미국 내에서 케이팝을 즐겨 듣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인터뷰했는데, 상당수의 출연자들이 방탄소년단 음악의 특징으로 교차성(Cross-Over)과 혼종성 (Hybridity)을 꼽았다. 그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방탄소년단은 다양한 문화 간 연결과 결합을 시도하면서, 전지구적으로 소비 가능한 보편적인 음악 콘텐츠를 제공해 왔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시공간은 물론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것은 그들의 음악이 갖고있는 보편적 소구력을 재확인시켜준다는 주장도 있다. 더 나아가, 방탄소년단의 성취는 음악의 보편성이란 것이 언어의 위계를 넘어 성취되는 것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는 것이다. 해외팬들이 말하는 방탄소년단 음악의 보편성은 케이팝의 정체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 이뤄져 왔던 학술적, 산업적 차원의 논의들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최근까지도 미국 뉴스 미디어의 케이팝 그룹의 음악적 성취에 대한 평가는 첨예하게 엇갈렸다. 북미와 유럽 작곡가 및 제작자들의 참여로 다양한 음악 장르를 혼합하거나 기존 서구권 음악 요소들을 차용하는데 능숙하긴 하지만, 케이팝만이 또렷하게 내세울 수 있는 고유성이나 창의성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았다.

또한, 국내 대중음악시장 규모 자체가 협소하기 때문에, 음악 기획사들이나 제작자들이 소비자로부터 검증된 아이돌 음악과 공연 양식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대중음악 생산 과정에서 다양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의 일부 음악 제작자들이나 연구자들은 케이팝 아이돌 음악을 이해하는 데 있어 탈식민지주의적 접근을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로팝의 경우도 외국으로부터 수용한 음악 요소들의 재해석을 통해 현재 세계 음악 시장의 흐름을 선도하는 지위를 획득한 것을 떠올려보면, 케이팝이 표방하는 교차성과 혼종성의 가치를 다른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비판적 문화이론가인 호미 바하바와 마완 크레이디는 비서구권 문화가 서구권 문화와의 혼종을 통해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이들 간에 형성된 상징적 권력 관계에 순응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주체성과 저항 정신의 발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문화생산자들이 어떤 생각과 목적으로 문화 간 혼종을 시도하고, 교섭과정에서 이러한 의도들이 어떻게 적용되는가에 따라, 혼종성의 의미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관점을 빌리면, 미국 내 케이팝 팬들이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보편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드는 교차성과 혼종성이 서구 미디어 관계자나 음악평론가들이 케이팝의 키치성 (Kitch)을 비판했던 근거들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분명한 것은,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 대중음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으며, 현재 나름의 영역과 평판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 음악 프로듀서, 작곡가, 래퍼들이 방탄소년단과의 협업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빌보드 음악상 시상식 참가 이후로 방탄소년단은 지금까지 스티브 아오키, 디자이너, 웨일, 폴아웃 보이, 체인스모커스와 협업했으며, 그들 외에도 션 멘데스, 티나셰, 말루마, 트로이 시반, 디엔씨이, 안셀 엘고트 등의 미국 유명 가수 및 작곡가들이 다양한 형식으로 방탄소년단과의 작업에 대해 관심을 표한 바 있다. 이처럼 방탄소년단은 언어적 위계를 넘어서는 상업적, 문화적, 음악적 성취를 이룸으로써, 비서구권 팝아티스트가 미국 대중음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가 되었다.

팬 연결망으로서의 소셜 미디어

방탄소년단은 미국 시사 매거진 <타임지>가 2018년 6월 30일자에 발표한 온라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에 이름을 올렸다. <타임지>는 선정 이유로 방탄소년단이 90주 이상 빌보드 소셜50 차트에 등장하고 있고, 2년 연속 빌보드 소셜 아티스트 부분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꾸준한 소셜 미디어 활용을 통해 약 5000만 이상의 팔로워를 구축하고 있음을 들었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전지구적 팬클럽, 아미(ARMY)는 방탄소년단과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소비하고 확산시키는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빌보드 팝송 에어플레이 차트 순위를 올리기 위해 팬들은 적극적으로 방탄소년단의 곡들을 신청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다. 오클라호마시 라디오 방송사 KJYO의 라디오 디렉터 JJ Ryan은 빌보드지와의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을 지지하는 팬들의 열정은 다른 어떤 아티스트에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라면서 “팬들의 숫자나 규모를 볼 때 이것은 분명한 하나의 현상이며, 우리는 그저 BTS라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탄소년단의 다양한 콘텐츠들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는 것은 온라인 상에서 팬들 간의 연결망을 구축하도록 도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기인한다. 미디어 사회학자, 마뉴엘 카스텔은 네트워크 사회가 도래하면서 사회 구조나 활동들은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구성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더불어, 네트워크 시스템의 도입과 확산은 생산, 경험, 문화와 권력을 구성하는 조직 및 결과물의 양태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문화연구자 헨리 젠킨스는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어떻게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인 프로슈머로서의 가능성을 팬들에게 제공했으며, 대중문화산업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다른 차원의 영향력을 갖게 만들었는지를 설명한다. 이들은 단순히 제공되는 컨텐츠들을 개인적으로 소비하는 수동적이고 제한된 역할에 머물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컨텐츠들을 적극적으로 요구함으로써, 대중음악 시장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방탄소년단의 사례는 팬 경제가 작동하는 규모나 범위가 디지털 미디어 시스템의 확산과 더불어 전지구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팬활동이나 역학관계의 복잡성은 지역 콘텐츠의 초국적 유통에도 일정부분 반영된다는 데 있다. 앞서 지적했던 바와 같이, 방탄소년단은 데뷔 후 2015년 중반까지 아이돌 그룹의 국내 인기를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로 평가받는 국내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지 못할 만큼 더딘 성장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8월 LA에서 열린 케이콘 콘서트에 참여해서 큰 환호를 이끌어 내는 등, 유튜브 채널을 기반으로 하는 그들 자체 콘텐츠를 통해 해외 팬덤을 빠르게 늘려왔다. 이들의 전략은 소셜 미디어 시대에 개인 간의 횡적 연결망이 구축되면서, 콘텐츠의 흐름이 반드시 안으로부터 밖으로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지역 콘텐츠의 소비도 전지구적인 규모로 다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연결망을 통한 콘텐츠 유통의 매개자이자 촉매자인 팬들의 역할은 대중음악산업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들의 영향력을 어떻게 규정하고 향후 관계를 도모할 것인가는 콘텐츠 제작자들과 산업 및 정책 관계자들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미디어 볼거리로서의 케이팝

영화연구자 리차드 다이어는 시각적 대상물로서 스타들이 어떻게 미디어 속에서 전시되고, 대중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그들을 바라보도록 하는가를 분석, 대중 스타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이론적 논의 틀을 확립했다. 문화연구자 데이비드 마샬도 대중들은 미디어 속에서 재현되는 스타들의 이미지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며, 대중들과의 친밀감과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스타들은 이데올로기를 전달하고 구현하는 도구로서 사회문화적 권력을 획득하게 된다고 보았다. 이들의 이론적 논의를 적용하자면, 방탄소년단이 미국 주요 음악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거나 공연을 하는 행위는 일회성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전지구적으로 형성된 팬덤이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를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소비하고 유통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팬과 대중으로 이분화해서 바라본다면, 소셜미디어 상에서 방탄소년단이 발휘하는 영향력의 규모나 범위는 그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팬들은 그들의 적극적인 매개 활동을 통해 미국 대중음악 및 미디어 산업 관계자들로 하여금 방탄소년단의 잠재력을 인지하게 도왔다. 이를 통해 미국 주요 텔레비전 방송사 및 시상식 관계자들은 방탄소년단을 전국적인 방송 프로그램인 엘렌쇼, 레이트나이트쇼에 초대하기에 이른다.

한국어로 노래하는 동아시아 보이 그룹의 무대가 미국 전역에 방송된 것은 어떤 의미인가? 우선, 주목할 것은 아메리칸 뮤직어워드와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과 팬들이 협업하면서 교감하는 모습이 미국 전역에 라이브로 중계되었다는 점이다. 팬들의 집단 구호는 케이팝 아이돌 시스템내에서 작동하는 중요한 문화코드 가운데 하나다. 아이돌 그룹이 신보를 발매하면 기획사나 팬들은 곡의 도입부와 간주 부분에 그룹 멤버들의 이름을 연호하거나 가사의 일부를 합창하는 등의 구호들을 연구 개발하고 공유한다. 더불어 미디어 이벤트 제작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아이돌 그룹의 성취를 전시하는 것은 팬덤의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인 동시에, 지속적인 팬덤 활동의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두 차례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끝나고 난 후 시상식 참석자들이 방탄소년단 팬들의 적극적인 연호와 일사분란한 구호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모습들이 중계 화면이나 영상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의 미디어 공간에서 상품으로서 케이팝 스타의 가치를 증명해 보인 동시에, 다른 형태의 스타와 팬들의 관계를 전시함으로써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잠재력을 선보인 셈이다.

케이팝의 미래

한국 대중음악계 일각에서는 방탄소년단을 예외적인 사례로 바라보며 케이팝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세계 대중음악시장에서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이룬 다양한 성취를 감안한다면, 대중음악 전용 공연장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절치부심하고 있는 음악 산업 관련자들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해외 진출의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기는 했지만, 해외 시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국내 대중음악시장의 규모는 음악기획사들과 창작자들이 적극적으로 음악적 실험을 시도하거나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노력을 주저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적인 조건들을 고려하지 않고, 방탄소년단의 사례를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해외시장 진출 예시로 삼으며 대중 음악 산업 지원 정책들을 고안하는 것은 사려 싶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탈지역화된 문화소비자의 등장은 케이팝 콘텐츠의 다국적 유통과 글로벌 스타의 탄생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들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류 컨텐츠들은 약 20년 간 전세계 곳곳에서 충분한 인지도를 형성해 왔으며,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일정 이상의 소비자 층을 구축한 상태다. 따라서 국내 음악시장에 데뷔하는 케이팝 그룹들은 어느 시기보다 해외 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유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 해외 팬들은 다양한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케이팝 수용에 있어서 언어는 더 이상 장벽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인종 및 문화 다양성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불편함을 야기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내 시장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향후에도 해외 시장을 공략에 주력해야 하는 한국 대중음악 제작자들은 이들의 지적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하거나 세계투어 콘서트 티켓 판매에서 눈에 띌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음악 관계자들도 국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케이팝이 미국 음악 시장 내에서 이들과의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해볼만 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초국적 협업 시스템은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에 조응하는 방식이 바람직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대중문화 교류 진흥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과 투자가 고려될 만한 부분이 있는 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시장에서의 성취는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뮤직비디오의 확산과 말춤의 유행에 기반한 싸이 <강남스타일>의 전지구적인 히트와 궤를 같이 하고 있지만,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성장을 이뤄왔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지속 가능한 브랜드 파워를 획득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방탄소년단이 앞으로 진행하는 세계 음악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작업들은 한국 아이돌 그룹이 글로벌 스타로서의 자신들의 영향력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는 지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2017년부터 방탄소년단이 유니세프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아동 폭력 근절 캠페인 <Love Myself> 는 그들이 발매하는 연작 앨범 <Love Yourself> 시리즈와 연계해 음악 메시지를 전지구적인 차원의 공익 캠페인으로 전환한 시도였다.

이러한 활동은 케이팝 아이돌 그룹이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롤모델로서의 글로벌 스타의 책임의식을 체화하는지를 보여줬다. 한편으로는, 그룹의 멤버 지민은 올해 월드투어 일환으로 진행될 9월 5일 LA투어 관련해서 살해 협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해외 활동 과정에서 아티스트 보호 문제도 한국 대중음악계의 주요 현안이 되었다. 이처럼 방탄소년단의 향후 행보는 한국 대중문화 산업 전반의 중요한 화두인 ‘지속 가능한 한류’ 논의를 위해서도 주목해야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대중문화 콘텐츠의 대체재가 아니라 독자적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케이팝 스타와 콘텐츠를 어떻게 제작하고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하나의 실천사례로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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