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업체가 충남 천안 일봉산 근린공원 일대 12만여㎡에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민간공원 조성사업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18일 천안시에 따르면 '2020년 도시공원 일몰제' 를 앞두고 추진 중인 민간공원 조성사업은 민간자본을 투자해 실효예정인 도심공원을 확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오는 2020년 7월까지 시설조성을 집행하지 않으면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돼 토지소유자들의 재산 행사 시 저지할 법적 근거를 잃게 된다.
이로 인해 도시공원 일몰제 이후 공원부지의 각종 규제가 풀려 난개발로 몸살을 앓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는 민간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면 현행법에 따라 개발면적 가운데 최대 30%만 개발하고 70%의 공원시설을 확보 할 수 있는 선기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는 현재 총 5개의 미조성 공원에 대한 민간공원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며 토지 80%이상이 사유지인 일봉산도 이 사업에 포함하고 지난 2016년 일봉근린공원 민간조성사업에 대한 제안서를 모집·선정했다.
사업 제안자인 A업체는 민간공원 조성방식으로 일봉산 사유토지를 매입해 녹지의 30% 정도 해당되는 부지에 총 34개동 2700여 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고 나머지 녹지는 체육시설과 등산로 등을 지어 공원시설로 기부채납한다는 의견으로 지난달 도시공원위원회 소위원회의 심의에서 조건부 가결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같은 사업 계획이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강한 불만을 보이고 있다.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도심의 녹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굳이 일봉산을 훼손해 아파트단지를 짓겠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현재 천안시의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는 마당에 또 산을 깎아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인근 주민들은 일몰제가 시행 된다는 이유로 서둘러 민간 개발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타 지자체처럼 산림 훼손을 막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의 경우 녹지보존을 위해 지방채 발행해 단계적으로 공원매입을 계획 중이다. 천안시도 이 같은 사례처럼 공원부지를 자연공원으로 묶어 장기적으로 매입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이다.
사업이 빠른 진척을 보이자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들을 중심으로 일봉산 개발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대책위를 꾸리는 등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들은 개발사업 반대 입장을 담은 3800여 명의 반대 서명을 지난달 시에 제출했다.
시는 주민과 사업자 가운데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시 역시도 녹지 공간 확보의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오는 2020년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현실적으로 민간업체의 제안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일봉산이 근린공원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개발 제한이 돼서 최소한의 원형보존을 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있었다"며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되면 지자체에서도 법적 제한을 걸 수 없는 땅이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자체가 근린공원부지를 매입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매입예상비용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는데 시 재정으로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주민 A씨는 "오랜시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되 오던 일봉산을 하루 아침에 허물고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다는 얘기를 듣고 '천안시는 누구를 위한 행정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구나 인근주민들 그 누구도 이같은 사업이 진행되는 것 조차 알지 못했다.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지역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사업 타당성을 논의하는 공청회 등을 여는 것이 순서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난달 27일 시에서는 한차례 설명회를 가졌지만 주민들의 의견조율과 대안 마련없이 일방적인 계획설명에 그쳤다. 일몰제가 시행되면 난개발로 산림훼손이 걱정된다고 하는데 주민들 입장에서는 산을 깍아 아파트를 짓는 사업 자체가 일봉산을 더욱 훼손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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