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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트럼프의 무역전쟁 도발에 놀아나지 않는 법

[해외시각] "중국과 유럽, 과잉대응 말고 장기전 펴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공식 개시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우려가 크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를 하는 규모와 속도는 이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6일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일부에 1차 관세 부과를 시작한 지 불과 나흘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 4배에 달하는 규모에 추과 관세 부과를 위한 준비를 지시하고 나섰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500억 달러 규모의 1차 관세 부과 대상 중 먼저 340억 달러만 25%라는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이 조치에 보복하면 그 4배, 그리고 다시 6배를 추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미리 경고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보복에 대응한다고 해도, 미국이 속도조절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500억 달러 중 2주 후에 부과한다는 나머지 160억 달러 관세 부과 조치를 한 뒤에야,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었다.


중국 정부는 즉시 같은 종류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도,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복조치를 취했다면서, 곧바로 4배에 달하는 2000억 달러(약 223조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 부과를 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추가 관세는 2개월간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부과 대상 목록을 확정한 뒤에 발효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강공은 무역전쟁의 승자는 미국일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경고도 있지만, 미국 정책결정자들의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한 자신감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글로벌 투자자들도 미국만 바라보고 있다. 12일(현지시간)뉴욕증시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사상최고치로 치솟았다. 나스닥은 이날 107.31포인트(1.39%) 상승한 7823.92에 장을 마감해 사상 처음으로 7800선을 넘었다. 올들어 10% 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페이스북과 아마존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나스닥 사상 최고치를 이끌었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재부부가 발행한 140억 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국채가 연 2.958%에 발행됐다. 연 3%대 이하에서 발행된 것은 지난 1월 이후 처음이다.

월가에서는 미국 IT기업과 달러 자산에 투자자가 몰리는 현상에 대해, "무역전쟁 등 다양한 악재 속에서 미국 경제의 장기적 미래를 믿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반영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심지어 미중 무역전쟁의 가장 큰 피해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 증시조차 13일 코스피 지수는 25포인트(1.13%) 넘게 오르며 2300선(2310.9)을 회복하고 코스닥 지수도 1% 넘게 오르는 등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희석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와 관련, 글로벌 무역경제의 석학으로 꼽히는 대니 로드닉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국제정치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고정칼럼을 통해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글로벌 경제를 발전시키는 자유무역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비판 일변도의 평가와 결이 다른 시각을 보여 주목된다.

로드닉 교수는 '무역전쟁, 어떻게 피할 것인가(How To Avoid a Trade War)'라는 칼럼에서 지금의 글로벌 경제는 1930년대초 대공황 시기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된 상황과는 다르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리석게' 벌이는 무역전쟁 도발에 대해 중국과 유럽이 과잉반응을 하지 않고 원칙에 입각해 장기전으로 임하면 그 파장이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국과 유럽이 과잉반응을 해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 그 피해는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원문보기)의 번역이다. 편집자


▲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유럽을 겨냥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행하고 있지만, 중국과 유럽이 섣불리 보복대응에 나서지 않고 원칙에 입각한 지구전을 펼 경우 대규모 무역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P=연합

보호무역주의가 일리 있던 대공황과 상황 다르다

상식과 재계의 우려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이 가져올 결과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34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추과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가 발효했다.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같은 규모, 같은 관세율로 즉시 보복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더 많은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유럽산 자동차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멕시코와 캐나다가 트럼프의 개정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미국이 북미자유협정(NAFTA)에서 탈퇴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트럼프의 막 나가가는 보호주의는 그에게 표를 준 노동자 계층에게 별로 도움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정책들에 대해서는 트럼프를 지지해온 의원들과 기업들이 트럼프의 행동에 제동을 걸려고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트럼프가 실제 행동보다는 말이 더 거칠다고 생각해온 나같은 사람들도 그의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다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무역전쟁으로 대참사가 초래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로 경도되기 전에 다른 나라들이 가질 수 있는 인센티브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벌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역전쟁이 되려면 다른 나라들이 보복하면서 확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들이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설득력 있는 이유들이 있다.

무역 보복은 여러 국가들이 낮은 관세를 유지할 수 없는 경제적 이유가 있을 때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시나리오다. 1930년대 초 높은 실업률과 부적절한 정책들로 여러 나라들이 곤경에 처했던 대공황 시기는 이런 시나리오가 실제로 벌어졌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일반이론>은 1936년에야 출간됐으니, 당시는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도 갈피를 잡지 못했을 때다. 금본위제도도 쓸모없는 정도가 아니라 상황을 악화시키는 통화정책의 원인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보호무역주의는 개별 국가들에게 일리가 있었다. 수입품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자국의 고용을 늘리는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물론, 모든 나라들이 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호무역주의는 재앙을 초래했다. 한 나라가 지출을 변경하는 것은 다른 나라의 지출 변경과 단순히 상쇄되는 정도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또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관세를 높여 무역조건을 바꿔 글로벌 무역 규모가 줄어들 경우, 수입 규모가 큰 나라나 지역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이른바 무역조건 효과다. 특히 수입품 관세는 수입품의 국제시세를 낮추는 반면, 관세를 포함한 수입품 가격은 높이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되면 수입규모가 큰 나라의 재무부는 관세 인상분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들은 오늘날의 상황에는 별로 들어맞지 않는다. 유럽과 중국은 수입품 국제시세를 낮추거나, 그에 따른 수입 증대에 별로 관심이 없다. 고용 문제도 중요한 현안이 아니다. 유로존 일부 국가들이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지만, 재정과 통화확대보다 보호무역주의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트럼프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는 미국 통상법 201조를 근거로 무역전쟁을 유발하는 관세 부과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AP=연합

무역전쟁 손실 추정, 보복대응 전제로 한 것


유럽, 중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트럼프의 관세에 대해 보복에 나선다면, 보호무역주의의 이점은 하나도 누리지 못하고 무역으로 얻을 수 있는 자신들의 이익만 줄어들 뿐이다. 또한 미국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무역정책이 불공정하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명분만 살려주게 될 것이다. 나머지 다른 나라들도 무역장벽을 높이면, 홧김에 자신의 발등을 찍는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유럽과 중국이 그들이 말하는 대로 규칙에 기반한 다자간 무역체제를 지지하기 원한다면, 트럼프의 일방주의에 대응한다면서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없다. 그들은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대응할 공식 방안이 결정되길 기다릴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신속하게 해법이 나오거나, 트럼프가 WTO의 최종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자기이익과 원칙에 따른 자제력을 갖고 결코 즉각적인 보복을 찾지 말라는 것이다. 유럽과 중국은 당당한 태도로 임할 때다. 그들은 무역전쟁에 끌려들어가는 것을 거부하면서, 트럼프에게 말해야 한다. 자국의 경제를 망칠 것인지는 당신의 자유다.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최선의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이다.

다른 나라들이 과잉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많은 전문가들의 경고처럼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무역정책의 영향을 받는 무역규모는 이미 1000억 달러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세계무역 편집자 숀 도넌은 앞으로 이 규모가 1조 달러, 세계무역의 6%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매우 큰 규모다. 하지만 이 추정은 일어날 필요가 없는 보복대응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문제는 무역 자체가 아니라 소득과 복지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무역규모가 타격을 받아도, 총경제활동은 별로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일부 유럽 항공사들은 에어버스보다 보잉 항공기를 선호하고 있다. 반면 일부 미국 항공사들은 보잉보다 에어버스를 선호한다.

무역규제로 미국과 유럽 사이의 항공기 교역 규모가 쪼그라들 수 있다. 하지만 항공사들이 두 업체 제품들을 대등한 대체재로 여기는 한, 이 산업의 전반적인 손실은 적을 것이다.

미국 시장이 줄어들면서 유럽과 중국의 특정기업들이 입게 될 손실을 과소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수출기업들은 대체 시장을 찾아 나설 것이고,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포착하는 기업들이 생겨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교역규모가 줄어들면서, 미국의 경쟁자들과 미국의 경쟁력은 감소할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의 부정적인 측면에 치중해 수출이 가져오는 혜택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황에 따라 이것은 실수가 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미국의 보호주의가 다른 나라들에게도 혜택을 준다는 분명한 사실을 무시하면 또다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그 자체가 현재 초래할 수 있는 피해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동반한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치닫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것은 트럼프의 어리석음 못지 않게 유럽과 중국이 상황을 오판하고 과잉반응을 한 결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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