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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노동자가 강남 한복판에서 삭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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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노동자가 강남 한복판에서 삭발을?

[현장] 캐나다·브라질 노동자, 초국적기업 '발레' 규탄 삭발 시위

아랫목이 달궈지면 윗목도 따뜻해진다는 말을 경제 상황에 대한 비유로 쓸 수 없게 된 지 오래됐다. 기업 경영자들이 아무리 큰 돈을 벌어도, 현장 노동자들의 처지는 달라질 게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상식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외국 노동자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들끼리 국경을 넘어 연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앞에서 캐나다와 브라질의 탄광 노동자들이 삭발을 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전미철강노조(USW), 브라질금속연맹(CNM-CUT)의 연대 기자회견이 있던 날이다. 이날 삭발한 이들은 브라질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2위의 초국적 광산업체 발레(Vale)의 노동자들이다. 세계 각지에서 탄광을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는 2008년 한 해에만 132억 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그 결과, 이 회사 최고경영진은 지난해 3300만 달러의 보수를 받았다. 2년간 121% 인상된 수치다.

그러나 흐르는 돈은 여기서 멈췄다. 실제 생산을 담당한 노동자들의 처지는 오히려 더 나빠졌다. 회사는 노동자의 연금을 삭감하고 니켈 가격이 상승했을 때 지급하는 수당까지 깎는 조건으로 단체협상안을 내놓았다. 캐나다 전미철강노조(USW) 조합원 3500여명은 회사의 이런 조치에 항의하며 7월 13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 16일 전미철강노조(USW), 브라질금속연맹(CNM-CUT) 관계자들이 세계적인 광산기업 발레(Vale)의 부당한 노동자 처우를 알리기 위해 서울 삼성동 발레 서울 사무소 앞에서 항의 삭발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회사의 대응은 단호했다. 파업 기간 동안 대체 인력을 투입했다. 파업은 120일을 넘기고 있지만 노·사 간의 협상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회사는 또 사망한 노동자의 유가족에게 지급되는 크리스마스 보너스의 인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노조에 대한 분열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물러설 수 없는 사정은 노동자들이 더 절박했다. 오랜 노동운동 전통 속에서 만들어진 단체협약이 무너질 경우,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까지 피해을 입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싸움은 발레 노동자들만의 것일 수 없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온 티모시 찰스 씨는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지키고 만들어 온 단체협약을 지켜 다른 노조에서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르지오 구에라 브라질금속연맹 사무총장도 "노동자들의 정의를 실현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10월 미국으로 원정투쟁을 떠났던 기륭전자의 김소연 금속노조 분회장도 참석했다. 그는 "우리만 원정투쟁을 나가는 줄 알았는데 외국에서도 한국으로 원정투쟁을 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기륭전자는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를 만들어 수출하는 업체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2005년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노조가 54일 간 농성을 벌였다. "노동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며 주먹을 움켜쥔 김 분회장에겐 국적의 구분은 의미가 없었다. 자신들이 겪은 고통을 다시 겪는 이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뿐이다.

이날 삭발 투쟁을 벌인 노동자들은 한국의 비철금속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에도 서한을 보내 캐나다 발레 탄광에서 생산된 광물 수입을 중지할 것을 요청했다. 발레 측이 대체 인력 투입을 중단하고 협상테이블에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것이다. 고려아연의 자회사인 코리아니켈은 발레가 2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제련업체로 캐나다 발레 탄광에서 광물을 수입하고 있다.

이번 원정투쟁은 발레의 부당한 노동정책을 세계 각지에서 알리자는 전미철강노조와 국제금속노련(IMF)과 국제화학에너지광산노동조합연맹(ICEM)의 주도로 이뤄졌다. 이들은 서울 방문에 앞서 발레의 본사가 있는 브라질과 나이지리아, 독일, 스웨덴, 미국, 영국, 호주, 뉴칼레도니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기자회견과 피켓시위 등을 진행했다.

▲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 아셈타워에는 발레의 서울 사무소가 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알루까 꽁치누와!. '우리의 투쟁은 계속된다'는 의미의 포르투갈어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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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날씨 속에서 삭발한 세르지오 구에라 브라질 금속연맹 사무총장이 털모자를 쓰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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