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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밀월', 과연 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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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밀월', 과연 득일까?

[분석] 박근혜, 탈MB 드라이브 주춤…보혁 구도로 심판론 회피?

서울 종로구가 전략지역으로 선정된 직후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결기를 보였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13일 오전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운찬 전 총리의 '비박(非朴)연대 합류 불가' 선언, 김무성 의원의 '탈당불가-백의종군' 선언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아바타'를 자임하던 이 전 수석까지 뜻을 접은 것이다.

야권연대 타결 이후 보수진영은 오히려 분화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자장'에 있는 비박계 인물들이 연이어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를 쟁점으로 끌어올려 보수 진영을 결집시키고 진보 진영을 압박하는 모습까지, 최근 국면에 대해선 "청와대가 정치력을 꽤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의혹은 가리고 야당은 강정마을에 묶어두는 효과

▲ 지난 달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 대신 '공격'을 택했을 때 다들 어리둥절했었다. 이제 그 효과가 본격화되기 시작하고 있다ⓒ연합

이 대통령이 지난 달 22일 기자회견에서 제주해군기지와 한미 FTA를 가지고 야권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국면은 조금씩 전환되기 시작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던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 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 등의 과거 발언록을 직접 낭독해가며 이들을 공박했다.

논란과 반격이 이어졌지만 청와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청와대를 비판하거나 거리를 두던 보수언론들도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청와대와 같은 포지션에서 민주통합당을 맹공했다. 보수결집이 이뤄진 것.

이 와중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상득 의원에 대한 권력 비리 의혹은 묻혀져 갔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증거 인멸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튀어나왔지만 아직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발 경제 개혁 의제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완연히 우향우 하고 있다.

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강정마을에 묶어놓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27살 청년 비례대표 후보의 한 마디에 대해 군 당국과 예비역 군인, 보수 진영이 모두 '분개'하고 나섰다. 김무성 의원은 탈당 불가를 선언하면서 "해군을 해적기지라고 칭하는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운동권 청년에 대한 의도적 과대평가가 이뤄지는 대목이, 바로 청와대의 정치공학이 성공하는 지점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토론회에서도 "북한이 지금 가장 반대하는 것이 제주해군기지, 한미FTA"라고 고전적 색깔론을 내세우면서도 "이어도는 수면 아래 있어 영토라고 할 수 없다. 중국과는 좋은 관계"라고 중국을 '배려'하는 노련한 모습까지 보였다.

공천 파동 '관리'에 앞장서는 청와대

공천 파동에 대한 대처에서도 청와대의 '정치력'은 엿보인다. 지난 9일 정운찬 전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이 독대 오찬을 가지면서 "정치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이후 정 전 총리는 국민생각 합류 거부와 총선 불개입을 선언했다.

개별적 무소속 출마 선언이나 일부 인사들의 독립적 국민생각 합류 소식은 들리지만 청와대 출신들이나 친이계열이 조직적으로 반박(反朴)의 깃발을 들 것이라는 예측은 무위로 돌아갔다. 이재오 의원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도 주저앉았다. 일각에서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역할론도 들린다.

이 대통령은 12일 토론회에서 공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향해 "대세론은 들어봤지만 한계론은 못 들어봤다. 그만한 정치인이 없다"고 힘을 실어줬다.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시그널을 명확하게 던진 것이다. 지난 주 후반부터는 김희정, 정진석, 김연광 등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들도 공천장을 따는 등 새누리당 공천위도 '화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정무라인의 한 관계자는 "사실 박근혜를 비대위원장에 추대할 때부터 공천권을 준다는 합의가 됐던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나? 불만은 있을 수 있지만 지금 와서 '왜 마음대로 하냐'는 식으로 반발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지금 딱히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의제 관리 정도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측근 비리 문제, 방송사 동시다발 파업 등에 대한 피로도를 높이는 동시에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띄워 보수와 진보를 확연히 갈라놓는 점에서 청와대의 '의제 관리'는 성공하고 있다.

어영부영하다가 '이명박 선거' 치르는 박근혜, 계속 유리할까?

하지만 청와대 입장과 박근혜 비대위원장 쪽이 계속 같은 자리에 있을 지는 미지수다. 물론 총선 승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선 양자의 이해가 일치한다. 이 대통령 입장에선 임기 마지막 해에 여소야대 상황이 벌어지면 각종 청문회 등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될 수 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입장에서도 총선에서 밀리면 대선까지 밀릴 수 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공학이 성공한다는 뜻은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오른쪽에 붙들려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번 총선이 박근혜의 총선이 아니라 이명박의 총선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대선까지 바라보는 장기적인 국면에서 이명박-박근혜의 밀월이 박근혜 측에 유리할까? 야권도 왼쪽으로 밀리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 역시 오른쪽으로 밀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두고 중도층이 야권에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이 엿보이긴 하지만 'MB 심판론'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사안이다. 박 비대위원장까지 휩쓸려 갈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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