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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기성 후려치기' 靑 청원…"3년만에 16억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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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기성 후려치기' 靑 청원…"3년만에 16억 빚"

빚더미 오른 하청 대표 "시키는대로 일했을 뿐인데"

토사구팽.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는다는 뜻이다. 입안의 혀처럼 부려먹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가차없이 버린다는 의미다. 이 말은 지금의 현대중공업 행태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대중공업(주)의 갑질횡포를 멈춰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재 현대중공업 건조1부에서 선박건조 업무를 담당하는 사내협력 업체 '대한기업'으로 원청인 현대중공업에서 '기성'을 후려치고 있다는 것이다.

기성은 원청이 하청에 일정 물량을 소화하면 지급하는 계약금액을 말한다. 대한기업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기존 주던 기성에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대한기업에 주고 있다. 그렇게 삭감된 기성금은 고스란히 대한기업의 부채로 쌓여있다. 현재 이 기업의 4대 보험 연체금은 12억 원에 달한다.

ⓒ정기훈

회사 차린 지 3년 만에 16억 원의 빚

대한기업 김도협 대표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예를 들어 기성이 100만 원짜리인 일을 한다고 할 때, 현대중공업 측에서는 50만 원으로 계약을 하고, 이후 이를 마무리하면 추가금으로 50만 원을 채워주는 식"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50만 원만 준 뒤, 이후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의 물량계약은 '선공정 후계약'으로 진행된다. 일단 기성이 얼마인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을 한 뒤, 추후 원청에서 지급하는 기성을 받는 식이다. 한마디로 원청이 주는 대로 하청에서는 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청 관리자의 구두 약속이 계약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담당자 교체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기성 관련 약속을 해준 부서장과 담당과장이 7월 1일자로 보직해임 됐다"며 "이에 (기성 관련) 새로운 책임자에게 관련 사항을 문의했는데, '책임성 보직해임이라 내 책임은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받아야 할 추가금을 현대중공업은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런 일이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간 김 대표는 여러 방법으로 '기성 후려치기'를 당해왔다. 그로 인해 2015년 하청업체를 세운 김 대표는 4대 보험 연체금 12억을 비롯해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재단, 신용기금, 은행권 등에서 4억 원의 빚을 지고 있다. 김 대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물론 동생 집까지 압류 상태다.

"현대중공업이 시키는대로 했을 뿐인데..."

이러한 구조의 배경에는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 기성이 자리 잡고 있다. 언제든 원청 관리자가 말만 바꾸면 '기성 후려치기'가 가능한 구조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원청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든 합법적으로 하청을 날릴 수 있다는 말도 된다. 김 대표는 "기성 관련해 문제제기를 했더니 원청은 우리가 하던 일을 다른 업체에 맡긴 상황"이라며 "그 결과 160명이었던 직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의 기성 후려치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12월에는 원청의 기성 후려치기를 견디다 못한 하청업체 A대표가 자기 차량에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시 A대표가 남긴 2장 분량 유서에는 회사 운영하기 힘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대표 업체는 전달 임금이 50%나 미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속 노동자들은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 결과, A대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대한기업 김도협 대표는 "그간 원청에서 시키는 대로 일했을 뿐이다. 공정 및 인원관리 그리고, 작업 계획 등을 모두 원청 지시를 받았다"며 "그런데 그렇게 일한 결과가 16억 원의 빚이라니 참담하다"고 설명했다.

ⓒ정기훈

"이용하다 필요 없어지면 버려진다"

대한기업은 2015년 10월, 블록작업을 하다가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와 유가족이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단식과 농성을 벌이면서 사태가 장기화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 : "12미터에서 그만! 내가 아들 죽인 것 같아…")

그로 인해 대한기업 총무가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업체 총무는 사망한 노동자 관련, 원청으로부터 사태를 해결하라는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 :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총무 자살, 원청 압박 때문?)

대한기업 A대표는 "당시 원청 부서장 등 여러 루트를 통해 수시로 사태 해결 압박이 들어왔다"며 "대표인 나보다도 총무는 더 큰 압박을 받았다. 그렇게 사고가 나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건 하청'이라고 설명했다.

A대표는 "하지만 그렇게 이용하다 필요 없어지면, 아무렇지 않게 '기성 후려치기' 등으로 버리는 게 지금의 현대중공업"이라며 "지금이라도 이런 구조를 바꿔야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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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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