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기회는 자주 오지 않습니다. 저라면 '이런 기회가 왔다, 우리가 꿈꿨던 걸 법안에 넣어보자'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강기정 광주시장)
"용기가 부족한 게 아닙니다. 하루하루 교실을 지켜내는 것만도 힘든 현실에 거대한 변화를 던져놓고 상상력을 발휘하라니, 너무나 모욕적입니다." (현직 교사)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한 축인 '교육자치' 문제를 놓고 열린 토론회에서 강기정 시장의 '속도전' 옹호 발언이 교육 현장의 거센 반발을 사며 정면으로 충돌했다.
교사들은 '인사 날벼락', '제왕적 교육감 탄생', '특권학교 난립' 등의 우려를 쏟아내며 일방적인 통합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5일 광주 북구 시민협치진흥원에서 광주 지역 교원·공무원 4개 단체 주관으로 열린 '광주·전남행정통합 공동대응 광주교사·교육청공무원대회'의 2부 강연을 맡은 강기정 시장은 행정통합의 진행 과정과 이점에 대해 설명하며 교육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는 "통합이 되면 안 좋아지는 건 하나도 없다"며 "300여 개 조문으로 구성된 특별법 초안에 교육자치를 독립된 '편'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민감한 인사 문제에 대해 "특별법에 4급 이상을 제외한 '통합 이전에 임용된 교육공무원은 종전 관할구역에서 근무한다'고 명시했다"며 광주 교원은 퇴직 시까지 광주에서, 전남 교원은 전남에서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강 시장은 "어느 날 갑자기 기회가 올 수 있다"며 "지금이 평소 꿈꿨던 교육 정책을 법제화할 절호의 기회"라며 교육계의 능동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광주 교사 A씨는 "인사 불이익을 막는 것은 혜택이 아니라 상식"이라고 일축하며, 특별법 초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특별법안을 보면 영재학교, 특목고, 외국인학교 설립에 운영비까지 세금으로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다"며 "'특권 교육'을 조장하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통합 시 교육감 1명을 선출하는 것에 대해 "모든 인사권을 가진 '제왕적 교육감'의 탄생을 예고하며,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광주·전남의 발언권이 두 자리에서 한 자리로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교육은 행정의 '1+1 상품'이 아니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인사 날벼락 광주전남 통합불가', '광주정신 반영·제주도 수준 특례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손팻말을 들거나 핸드폰으로 통합반대 문구를 띄우며 침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행사 분위기는 강 시장이 현장의 신중론을 "자신이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급격히 얼어붙었다.
한 교사는 즉각 반발하며 "교사들이 자신이 없는 것이 아니다. 순식간에 며칠 만에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는 현실을 '용기가 부족하다'고 말한 것은 너무나 모욕적"이라며 강 시장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강 시장은 난색을 표하며 "이 기회를 활용해 광주교육이 한걸음 진보하는 기회로 삼자는 말이었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제 말의 취지를 떠나 여러분들의 자존심을 건드는 쪽으로 제 말씀이 들렸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한편 이날 1부 '특별교육자치에 담을 광주교육' 발제자로 나선 송대헌 전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비서실장은 제주특별법 사례를 들며 "교육부장관의 권한을 교육감에게 대폭 이양하고, 광주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만 16세 이상 학생에게 교육감 선거권을 부여하는 조항을 넣으면 대한민국 교육이 확 달라질 것"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또 1부와 2부 사이에는 안석 광주민주진보교육감 시민공천위원회 위원장이 이날 기준 1만6000여명의 시민공천단이 모집됐음을 알리며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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