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무역전쟁을 촉발시킬 '관세대전'을 사흘 앞둔 지난 3일(현지시간) 중국이 '비관세 선제공격'에 나섰다. 중국 지방법원(푸저우성 인민 중급법원)은 이날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중국내 D램 등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예비적 중지 명령' 판결을 내렸다.
이 소식에 뉴욕증시에 전해진 직후 마이크론의 주가는 8% 넘게 폭락한 뒤 5.5% 급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를 포함, 뉴욕증시 3대 주요지수도 상승세를 보이다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마이크론은 아직 법원으로부터 예비적 중지 명령에 대한 통보를 받지 않았다면서 언급 자체를 회피할 정도로 당혹한 반응을 보였다.
이 소송은 대만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가 마이크론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중국 측이 UMC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문제는 이 판결이 미국과 중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수입제품에 25%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관세대전'이 개시되는 날을 사흘 앞두고 나왔다는 점이다.
반도체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법원의 이번 판결은 '반도체 굴기'라는 목표로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중국이, 첨단산업 육성을 막으려는 미국의 의도에 대해 정면 도전하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2016년 13.5%에 그친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걸고 첨단산업 육성 프로젝트 '중국제조 2025'의 일환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미중무역전쟁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한 성격도 있어 미중무역전쟁 위기는 쉽게 협상으로 타결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6일 이전에 미국과 중국이 극적인 협상으로 무역전쟁 발발을 피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지만, 중국의 법원이 미국 최대 반도체업체의 제품 판매를 중지시키는 판결을 내린 것은 시진핑 정부가 관세뿐 아니라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통해 미국에 선제 반격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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