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이익을 군민과 나누는 '영광형 기본소득'…농어촌 소멸 위기 넘어 지속가능한 지역 모델 제시
'햇빛이 기본소득이 되는 마을'.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제시한 이 한 문장은 단순한 재생에너지 구상이 아니다.
농촌 소멸과 기후 위기,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풀기 위한 새로운 지역사회 모델에 대한 주문이다.
29일 영광군에 따르면 정부는 유휴부지와 농지, 저수지 등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그 수익을 마을 공동체가 공유하는 '햇빛소득마을'을 전국으로 확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2026년부터 매년 500개 이상, 2030년까지 2500개 조성을 목표로 한 대규모 정책이다.
이 구상이 공허한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장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그 답을 전남 영광군이 먼저 보여주고 있다.
◆에너지 자립과 주민소득, 동시에 가능한가 영광군의 '햇빛소득마을' 실험
영광군은 주민 참여형 마을단위 태양광발전소를 통해 ‘햇빛이 소득이 되는 구조’를 이미 현실로 만들고 있다. 군은 최근 마을단위 태양광발전소 4개소를 준공·가동에 들어갔다.
총 설비 용량은 195kW(50kW 3기, 45kW 1기) 연간 약 256M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연평균 약 1100만 원의 발전 수익이 발생한다. 대출 상환 이후에는 연간 약 800만 원 수준의 순수익이 예상된다.
중요한 점은 이 수익이 전액 마을 공동기금으로 환원된다는 것이다. 공동급식, 경로잔치, 복지사업 등 마을 구성원 모두를 위한 재원으로 재투자된다.
이는 발전사업의 이익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다.
영광군이 사업비의 50%를 지원한 것도 핵심이다.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춰 주민이 주체가 되는 에너지 자립 모델을 가능하게 했다.
◆대규모 발전이 아닌 '분산·참여형 전환'
영광군 모델의 본질은 '규모'가 아니라 방식에 있다.
기존 재생에너지 정책이 대규모 발전단지 중심이었다면, 영광군은 소규모 분산형·주민참여형 전환을 택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을 넘어 농어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읽힌다.
고령화로 줄어드는 농업소득, 외부 자본 중심 개발로 인한 지역 소외, 공동체 약화, 햇빛소득마을은 이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건드린다. 에너지는 남고, 수익은 공유되며, 공동체는 다시 연결된다.
영광군이 2026년까지 마을단위 태양광발전소를 10개소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모와 주민설명회를 통해 참여를 넓히고, 계통 연계 가능성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모델을 축적하겠다는 전략이다.
◆에너지 전환을 넘어 '공유부 기본소득'으로
영광군의 실험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군은 전국 최초로 에너지 공유부 개념을 제도화한 '영광군 기본소득 기본 조례'를 제정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지역사회 공동의 자산, 즉 '공유부'로 보고 군민 모두에게 환원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를 위해 기본소득 전담 조직과 기본소득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신재생에너지 공유화 기금 조례'를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그 결과 영광군은 전라남도형 기본소득 시범도시로 선정됐고, 오는 12월부터 전 군민에게 1인당 연 50만 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앞두고 있다.
재생에너지 → 공유부 → 기본소득 에너지가 곧 복지가 되는 구조가 구체적인 정책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햇빛소득마을, 농어촌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영광군의 사례는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재생에너지 정책은 왜 늘 지역 갈등을 낳아왔는가. 답은 단순하다. 이익이 지역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햇빛소득마을은 이 공식을 뒤집는다. 주민이 참여하고, 수익이 공유되며, 에너지가 복지가 된다. 이는 대통령이 말한 '사회적 연대와 상생'이 행정 현장에서 구현된 모습이다.
이제 과제는 확산이다.
제도 개선과 계통 연계, 금융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영광군의 모델은 전국 농어촌으로 확장될 수 있다.
그때 농촌은 더 이상 소멸의 공간이 아니라, 기후 전환 시대의 새로운 기본사회 실험장이 될 것이다.
햇빛은 모두에게 비친다.그 햇빛을 소득으로, 복지로, 공동체의 힘으로 만드는 일. 영광군이 먼저 시작했고, 이제 국가가 답할 차례다.
영광군 괸계자는 "햇빛소득마을이 지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소득사업이자 복지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에너지 자립과 지역경제 선순환이 함께 이뤄지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동체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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