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부실 농·축협 합병, 임원 교체, 108조 원 규모 포용금융 공급 등 초대형 쇄신안을 내놓으며 흔들린 신뢰 회복에 나섰다. 그러나 압수수색과 금품수수 의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지역 농협에 뿌리내린 오랜 병폐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원·전북 지역에서 단위 농협 선거 비리 의혹이 수사로 번진 데 이어, 안동 지역에서도 재취업 청탁과 인사 비위 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중앙회의 쇄신안이 단순한 구조조정에 그칠지,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지가 주목된다.
당장 몇 가지 사례만 살펴봐도 상황은 분명하다.
지난 9월 안동 지역 A 농협을 비롯한 조합장들의 메콩강 ‘선상 만찬’, 안동시와 지역 농협 조합장들이 농촌 인력난 해소를 명분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확대에 나섰지만, 정작 출장 중 현장에서 외유성 행태가 드러나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메콩강 유람선(크지도 작지도 않다) 위에서 벌어진 식사자리에 술병을 올려놓고, 노래까지 부르며 흥겨운 자리를 즐겼다는 사실이 농민들에게 깊은 배신감을 안겨 줬다.
B 농협의 대의원 관광성 해외농업연수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대의원단은 지난달 12일부터 16일까지 3박 5일 일정으로 베트남 다낭을 방문했으며, 대규모 산불 피해와 가을장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시기와 목적을 고려하지 않은 연수”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연수에는 대의원 37명과 농협 직원 5명 등 총 42명이 참여했다. 공식 일정에는 현지 사과 판매 마트와 농산물 시장 견학 등이 포함돼 있었지만, 실제 프로그램은 마사지 이용, 바구니배 탑승, 인력거 자전거 체험, 다낭 유명 관광지 방문 등 대부분 관광 중심의 일정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은 “농업연수라는 명칭을 붙였을 뿐 사실상 관광 여행 아니냐”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C 농협의 생강수매. 20kg 특 상품을 세부 등급으로 나누어 8만원 ~ 8만7천원까지 차등 지급하면서 ‘특’ 등급 안에서 재분류가 이뤄져 농민에게 동일 등급임에도 ‘낮은 가격’에 팔릴 구조적 불이익을 안겨 줬다는 논란을 낳았다.
세분류는 심사자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커짐에따라 농민은 예측 불가능한 가격 변동 위험을 떠안게 된다는 해석이다. 논란이 확신되자 C농협은 생강수매 조합원을 대상으로 20kg 포대당 2천원을 보존해준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유사한 생강수매가 D 농협에서도 발생해 농민들의 불신만 키우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진행한 농업협동조합중앙회(농협중앙회) 대상 국정감사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의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한 질의가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이날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호동 회장의 발언을 살펴보면,
임미애 의원(민주) : 강호동 중앙회장님, ...지난 10월 15일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 압수수색 받으셨죠?
강호동 : 네, 맞습니다.
임미애 : 혹시 그때 혐의가 뭐였죠?
강호동 : 지난 선거 중앙회장 선거 때 선거 자금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위 사건 연관성과 관련해 안동 지역 F 농협 조합장의 휴대전화 역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에 의해 확보된 것으로 확인됐다. F농협은 현재 농협중앙회의 지원을 받아 대지 매입비를 포함해 약 50억 원 규모의 ‘한우프라자’ 신축 공사를 진행 중이며, 준공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까지 겹치며 지역 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경북 안동 지역 농협의 재취업 관행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퇴직 임원들이 일정 기간 보상을 받는 형태의 재취업 구조가 오랜 기간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다. 지역 내 5개 농협에서 재취업한 전직 임원들의 연봉은 최소 5천만~6천만 원, 많게는 1억 3천만~1억 4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과도한 보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TK 지역 더불어 민주당 국회의원이자 농림축산부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전국농어민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임미애 의원은 ‘농업인’ 출신으로서 안정적인 농업 환경 조성,농협중앙회 금품수수 혐의 관련, 농협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은 산하 기관 인사 비리 문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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