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국제상사법원(해사법원) 설치법안이 연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부산에서는 박찬대 의원이 발의한 부산·인천 이원화 구조에 대한 반발이 한층 격렬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연내 부산청사 이전이 이미 공식화된 상황에서 사법기능만 수도권과 나누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의문이 지역사회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은 부산과 인천에 각각 본원을 두고 남부권은 부산, 수도권·중부권은 인천이 관할하는 구조다. 국회는 일부 지자체 조정만 남긴 채 논의가 빠르게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부산에서는 이 구조가 사건의 중심축을 사실상 수도권으로 옮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다.
주요 해운·물류기업 본사가 서울·경기권에 몰려 있어, 접근성과 편의성 때문에 사건이 인천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이 우려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해수부는 올해 말까지 부산청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양사고 조사, 선박안전심판, 해양 정책·규제 등 핵심 기능이 모두 부산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행정기능이 부산으로 집적되는데 사법기능만 분리한다면 해사사건 처리의 초기 조사부터 재판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단절되는 구조적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지역의 한 해사전문 변호사는 "해사분쟁은 특성상 현장조사, 행정심판, 재판이 일련의 과정으로 이어진다"며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하는 상황에서 법원만 서울·인천권과 분리되는 것은 효율성과 전문성 모두를 떨어뜨린다"고 전했다.
부산이 단독 설치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현장의 실체적 구조도 자리한다. 부산은 국내 최대 항만이자 해양물류 중심지로 충돌·화물 손상·보험 분쟁 등 상당수 해사사건이 이 지역에서 조사되고 관련 자료가 확보된다. 전문가들은 "단독 설치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사건 구조와 산업 지형에 따른 합리적 선택"이라고 분석한다.
해사법원 설립 시점과 관련해서도 지역의 요구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정부는 개원 시점을 2033~2034년으로 제시해왔지만 국회 안팎에서는 지역 산업 경쟁력과 정책 효과를 위해 설립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부산은 "설립이 빨라지더라도 관할이 분산되면 부산이 지난 10년간 준비해온 기반이 무력화된다"고 우려한다.
국제 기준에 비춰도 부산 단독 설치는 자연스러운 구조라는 평가가 많다. 싱가포르·로테르담·런던 등 글로벌 해양도시는 해사법원, 해양행정, 중재·보험 기능이 모두 한 도시에 모여 있는 것이 대세다. 행정·사법·산업이 집적될 때 사건 처리 속도와 전문성이 향상되고 산업 생태계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부산시민사회와 해운업계는 "정부가 해양수도 부산 전략을 수년간 추진해왔고 해수부까지 내려오는 현 상황에서 해사법원만 분리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어 "단독 설치야말로 해사법원의 실효성과 국가 해양전략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정책방향과 산업지형이 모두 부산을 향해 움직이는 지금, 해사법원 설치 논의의 최종 결단은 '부산 단독'과 '이원화' 중 어느 쪽이 국가경쟁력과 해사체계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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