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기반 해외 피싱 조직에 대포통장과 휴대전화를 공급해 수십억원대 사기 피해를 유발한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강원·광주·대전·울산 등에서 활동한 20~30대 폭력조직원까지 가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울산도 국제범죄조직의 계좌 공급망에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총책 A(28)씨 등 59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6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캄보디아 현지 피싱 조직에 대포통장 191개와 스마트폰을 공급해 국내 피해자 63명에게 총 37억5천만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대포통장 한 개당 500만~1천만원을 받고 넘겼으며 범행을 통해 챙긴 수익만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울산을 포함한 4개 지역 폭력조직원 11명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점이 충격을 더한다. 이들은 지역 선후배·지인 관계를 활용해 명의자 모집부터 통장 확보, 휴대전화 제공까지 분업화된 구조로 움직였고 버스 화물 배송·텔레그램 익명 대화방 등 추적 회피 수법을 조직적으로 활용했다. 지급정지 가능성을 감안해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공유하고 상부 조직이 변호사 비용·금융기관 제출용 소명자료까지 지원하는 등 범죄조직의 운영방식은 과거 폭력범죄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문제는 이런 형태의 대포통장 모집·유통 구조가 울산에서도 동일한 조건으로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고액 알바", "명의만 빌려주면 돈 준다"는 식의 계좌 모집 광고는 이미 울산에서도 목격되고 있지만 울산시와 울산경찰청은 지역 맞춤형 실태조사나 예방 대책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울산 시민의 명의 계좌가 해외 범죄조직에 이미 흘러들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방 대도시일수록 청년층이 고수익 미끼에 취약하고 중소 금융기관 중심으로 계좌 개설·관리 과정에서 허점이 반복되면서 해외 범죄조직이 손쉽게 '지역 명의 계좌'를 확보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범죄조직이 울산을 단순한 '공급처'로 활용한다면 피해는 울산시민에게 직접 전가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울산시는 지역 금융 리스크 관리나 명의계좌 유통 실태 파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울산경찰청 또한 명의계좌 범죄에 대한 지역 단위 통계나 대응 로드맵을 공개하지 않아 지역사회는 범죄 위험에 노출된 채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타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가 아니라 울산 역시 국제 금융범죄의 공급망에 언제든 편입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지닌 도시임을 확인시킨 사건이다. 고액 알바·명의대여 유혹이 지역 청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지금, 사후 대응으로는 부족하다. 울산시와 울산경찰청은 명의계좌 모집 차단, 지역 금융기관과의 실시간 협업 체계, 청년층·취약계층 대상 예방교육 등 선제적 대응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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