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 시스템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한 핵심 국제표준을 공식 제정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 경쟁뿐 아니라 글로벌 AI 규범 수립에서도 한국이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 셈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AI 시스템의 테스트 절차와 방법론을 규정한 국제표준 ‘AI 시스템 테스팅 개요(ISO/IEC)’가 국제표준화기구(ISO/IEC JTC 1)에서 3일 공식 승인됐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표준은 한국이 주도해 제정한 첫 AI 테스팅 국제표준이자 AI 신뢰성 검증 체계를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따를 “총론 규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표준은 기존 소프트웨어 테스트 기준을 AI에 맞게 확장한 것으로 데이터 품질 테스트, AI 모델 테스트, AI 편향성 검증, 적대적 공격 대응 테스트 운영 중 성능 저하(드리프트) 검증 등 AI 특성에 맞춘 절차가 체계적으로 정의됐다.
특히 ‘위험 기반 테스트’ 개념을 도입해 고위험·고영향 AI에 대해 사전 검증 체계를 마련한 것이 핵심이다.
이는 EU AI ACT, 한국의 인공지능 기본법 등 글로벌 규제 흐름과도 일치해 향후 국제 인증·적합성 평가의 기초가 될 전망이다.
표준 개발은 ETRI 전종홍 책임연구원과 STA테스팅컨설팅의 스튜어트 리드 박사가 공동 에디터로 참여해 5년간 추진됐다.
두 기관은 ISO 산하 AI위원회(SC 42)와 소프트웨어 테스트위원회(SC 7)의 합동작업반을 구성해 국제협력을 이끌었다.
ETRI는 이미 관련 핵심 기술로 47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국제 학회 발표와 기술이전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표준이 향후 AI 레드팀 테스팅, 생성형 AI 안전성 ,AI 벤치마크 등 후속 표준의 기반이 되는 ‘AI 안전성 표준 시리즈’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방승찬 ETRI 원장은 “AI 신뢰성 확보는 미래 산업의 핵심 과제”라며 “한국이 AI 테스트·평가 기준을 주도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승윤 표준연구본부장도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할 AI 검증 체계의 뼈대를 우리 손으로 만든 것”이라며 “소버린 AI 시대에 한국의 기술적 주권을 확보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종홍 책임연구원은 “AI 국제표준화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국가 차원의 장기·전략적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국제표준 제정으로 한국은 기술·규범 양 측면에서 글로벌 AI 경쟁의 전면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후속 표준 개발이 속도를 낼 경우 한국의 AI 신뢰성 규범은 국제 시장에서 사실상의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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