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쿠팡 심야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소속 영업점 대표가 고인의 음주운전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쿠팡 택배 노동자였던 故 오승용 씨는 지난 10일 새벽 2시 9분경 제주시 오라동 도로에서 자신이 몰던 1톤 트럭이 전신주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같은 날 오후 3시 10분경 숨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는 17일 성명을 내고 "쿠팡 영업점 대표가 제기한 음주운전 의혹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시도"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사고 이후 고인의 장시간 노동실태가 밝혀졌고, 부친의 임종소식을 듣고도 배송업무를 이어가야 했던 사연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애도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쿠팡 영업점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며, 망자에 대한 악의적 명예훼손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쿠팡 영업점의 음주운전 의혹 제기에 대해 "이미 사고당시 경찰 조사를 통해 감지된 것이 없었음이 재차 확인되고 있다"면서 "경찰은 음주감지기는 차량 안의 소량의 알코올 성분도 감지하는 민감한 장비로서 당시 교통사고 당시에도 검사를 했지만 음주감지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고인은 일주일에 6일, 매일 밤 12시간에 가까운 야간배송을 반복했다. 평균 노동시간은 주 6일(83시간, 야간노동 포함)에 달했으며, 하루 평균 11시간 30분, 주 평균 69시간 동안 배송 업무를 수행했다.
택배노조가 지난 10월 13일부터 11월 10일까지 해당 대리점 택배기사 21명의 근무 시간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주 7일을 초과해 근무한 사례만 10건이 발견됐고, 최대 15일간 휴무 없이 일한 노동자도 있었다.
고인이 교통 사고로 사망하기 일주일 전인 지난 4일 오후 9시경 배송 중 부친의 임종 소식을 들었지만 즉시 부친 곁으로 가지 못했다. 고인은 다음날인 5일 오전 1시경까지 4시간 가량을 더 일한 후 겨우 장례식장에 도착했고, 상주로서 3일 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채 장례를 치렀다.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던 고인은 이틀간의 휴식을 요청했으나 대리점 측은 하루만 쉬라는 답변을 내놨다. 결국 하루 휴식을 취한 뒤 9일 다시 출근한 고인은 10일 새벽 배송 업무 중 사망했다. 경찰은 졸음운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한편 쿠팡CLS 협력업체 대표는 최근 일부 언론사 메일을 보내 "15일 연속 배송한 택배기사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개입하자 50시간 이상 휴식을 취하고 출근했음에도 과로사가 돼 버렸다"며 "고인은 발인 이후 50시간 넘게 휴식을 취하고 출근했다"고 강조했다.
또 "스케줄 조정을 위해 카톡에서 주고 받은 내용을 왜곡한 것 같은데 실제 배송 날짜랑 다르다"면서 "이를 모를리 없는 택배노조는 마치 15일 연속으로 과로하는 구조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과 술을 자주 마시는 동료 택배기사의 음주운전 의혹에 대한 제보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