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한강버스사업이 지난 9월18일 첫 운항된 이후 열흘만에 멈춘 가운데 사업추진 전 과정에 다양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가 산하기관인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한강버스 사업의 추진과정을 들여다보면 현재 대법원의 상고심을 앞두고 있는 '남원관광지 민간개발사업(모노레일)'의 내막과 매우 닮은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공공기관이 민간과 사업을 추진하면서 민간업자는 전체 사업비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담당하고 나머지는 공공기관이 대부분의 사업비를 대여나 대출방식으로 끌어다 메운다는 점이나 사업이 추진되면 될 수록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 사업이 잘못되면 그 책임은 온통 공공기관이 떠안아야 된다는 점 등이 그렇다.
그나마 서울시의 SH는 여러 차례 이사회를 통해 민간업체의 투자계획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콜옵션'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두었지만 남원시의 경우 그런 준비나 대응이 전혀 없었다는 점은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총투자비 대비 민간부분의 '쥐꼬리' 자기자본
서울 한강버스 사업과 남원 모노레일 사업은 사업 출발에서 다른 점이 있다.
한강버스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 이를 국내에 도입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다는 점이고 남원 모노레일 사업은 민간업자가 남원시에 사업을 제안하면서 비롯됐다.
그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울 한강버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업체인 이크루즈와 남원 모노레일 사업의 시행인 남원테마파크㈜는 매우 적은 자기자본 비율로 사업에 참여한다.
한강버스 운영사인 ㈜한강버스는 SH가 51%, 민간기업인 이크루즈(이랜드그룹 계열사)가 49%를 출자해 지난해 6월 설립한 민관합작법인이다.
이후 양측은 선박건조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각각 지분율에 맞춰 SH가 270억, 이크루즈가 260억을 초기 투자금(대여금)으로 출자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크루즈는 "사업비가 증가하는 부분이 있다보니 검토를 통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랜드그룹에 요청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나 결정이 미뤄지는 상황"이라며 출자를 미뤘다.
답답해진 서울시와 SH는 여러차례 이사회 등을 통해 사업추진을 위한 추가 출자가 필요하다는 의결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3차례에 걸쳐 875억원을 장단기로 대여해 출자했다. 지분으로 출자한 51억원을 합하면 900억이 훌쩍 넘는 금액이다.
현재까지 이크루즈가 한강버스 사업에 투자한 총액은 합작법인 설립때 참여한 49억원이 전부다.
남원 모노레일의 경우는 더욱 한심하다.
2019년 이환주 전임 시장이 재직하던 당시 처음 사업을 제안한 민간업자는 제안서에 자기자본 66억원에 264억원을 대출받아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업시행 법인이 설립되고 대출을 실행하는 단계인 2020년 9월 자기자본비율은 20억원으로 낮아진다. 사업비도 별다른 근거 제시 없이 141억이 증가한 425억원으로 늘어났다.
결국 남원 모노레일 사업의 초기 제안당시 민간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은 20%였으나 1년여가 지나 대출이 이뤄질 때는 4.7%로 겨우 형식만 갖춘 꼴이 됐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늘어나는 총 사업비
서울 한강버스와 남원 모노레일 사업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도 똑 닮았다.
서울한강버스는 당초 2024년 2월기준 총 사업비 지출규모는 3440억원으로 책정이 됐었다. 여기에는 선박건조 사업비 542억, 운영사업비 2898억 등이며 승선료 및 임대사업 운영수입은 3777억원으로 337억원의 흑자를 예상했다.
그러나 2024년 11월에는 선박건조 사업비가 542억원에서 1284억원으로 742억이 불어났다.
전기선박을 도입하면서 예비선박이 부족해 당초 8척에서 12척으로 4척을 늘리는데 따른 사업비 증가였다.
여기에 엘리베이터와 경관조명, 충전시설 보강 등 부대시설 사업비도 당초 87억원에서 326억원으로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한편 올해 6월23일 ㈜한강버스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통해 총 500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이 과정에서 SH는 '컴포트레터(comfort letter)'를 써줘 대출과정의 신용 보강, 즉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할 경우 SH가 그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해준 셈이다.
이런 사업비 증가는 남원에서도 똑같이 이뤄졌다. 문제는 남원의 경우 사업비가 증가된 구체적인 내역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남원시는 왜 사업비가 중간에 141억 가량 증가했는지를 민간업체에 요구했으나 특별한 근거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남원시의 모노레일에 투입되는 궤도차량의 대당 단가가 경북 문경시에 설치된 것은 1억5000만원으로 책정된 것보다 1억원이 더 비싼 2억5000만원으로 총 20대가 증가한 것 등으로 미뤄 사업비가 부풀려졌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SH이사회의 '제동'과 남원시의 뒤늦은 대응
이러한 민간업체의 소극적인 투자와 사업비 증액 등에 대해 서울시와 남원시의 대응은 달랐다.
서울시의 경우 SH는 여러차례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단계마다 민간업체가 추가 출자를 이행하지 않자 실질적인 압박을 했다.
이사회에서는 "우리만 자금을 대여해주고 다급해서 불을 끄려고 달려들고 있는데, 만에 하나 이 사업이 잘 안 됐을 때에 대한 책임이나 이크루즈가 변제할 능력이 과연 되는 건지, 나중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크루즈가 투자계획을 미이행할 경우 '주식매도청구권(콜업션)'을 통해 SH가 이크루즈의 지분을 매수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한강버스의 500억 대출과정에 '컴포트 레터'를 써준 것과 관련해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정감사장에서 "담보는 없지만 법적으로 상환받을 방법이 다 강구돼 있다. 서울시의 판단으로는 운항 2∼3년 후부터는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와 달리 남원시는 사업투자비의 과다계상이나 자기자본의 감소, 대출과정에서의 검토나 대응은 거의 하지 않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 관가 주변의 설명이다.
남원시와 시행사가맺은 실시협약서는 남원시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성돼 있었는데도 그대로 실행이 됐고 결국 이는 대출금 408억원과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는 소송의 불씨가 됐다.
또 405억원의 대출을 받는 자금조달계획에 승인을 내리는데 담당과장은 사무실에 부재한 상황에서 전화를 통해 담당 팀장으로 하여금 전결처리하도록 해 남원시 회계관리에 관한 규칙 ‘4억원을 초과하는 공사 등에 대해서는 시장이 직접 예산집행을 품의해야 한다’는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했다.
남원시는 최경식 현 시장이 취임한 민선 8기 이후에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확인하고서야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모노레일의 시설운영 허가와 동시에 기부채납을 받도록한 협약서에도 불구하고 공유재산법을 위반해 이를 받을 수 없다는 '전북도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을 인용해 모노레일의 인수를 받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모든 귀책사유는 남원시 책임으로 100% 손해를 남원시가 부담해야한다'는 협약서의 일방적인 조항으로 인해 소송을 당해 이를 갚아야하는 처지에 몰리게 됐다.
불공정한 실시협약서에 근거해 1,2심에서 패소한 남원시는 대법원의 상고심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이처럼 허술한 민간개발사업의 막전 막후에는 지자체의 돈을 노리는 사냥꾼들의 검은 음모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데도 이를 감시하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 집행해야 할 기관에서는 어물쩡 넘어가면서 결국은 그 피해를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시키고 있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