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으로 발생한 신장 손상이 치료가 어려운 만성신부전으로 악화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나노의약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전남대학교와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의과대학 김수완 교수팀과 신소재공학과 이재영 교수팀이 공동으로 급성신부전의 만성화 과정을 차단하는 '그래핀 기반 지능형 나노의약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최신호에 게재됐다.
◇'급성→만성' 악순환, 마땅한 치료법 없었다
급성신부전은 혈류 차단이나 패혈증, 독성물질 등 다양한 원인으로 신장 기능이 갑자기 나빠지는 병이다. 치료 후 회복되더라도 상당수 환자가 결국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만성신부전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원인으로는 신장 조직에 과도하게 생성되는 '활성산소'가 지목된다. 활성산소는 세포 손상과 염증,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를 연쇄적으로 일으키지만 지금까지 이를 효과적으로 막을 뚜렷한 치료법이 없었다.
◇손상 부위만 찾아가는 '스마트 약물' 개발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장 손상 부위에서만 선택적으로 약물을 방출하는 '스마트 약물'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그래핀에 인체 친화적인 '히알루론산'을 결합시켰다. 여기에 손상된 신장 부위의 특정 수용체(CD44)에만 달라붙도록 설계하고 항섬유화 약물인 '파리칼시톨'을 탑재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마트 약물'은 두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먼저 그래핀 자체가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활성산소를 제거한다. 동시에 활성산소가 많은 손상 부위의 환경에만 반응해 탑재하고 있던 항섬유화 약물을 방출한다. 정상 조직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필요한 곳에만 정확히 약물을 전달하는 '표적형·반응형'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동물실험서 '만성화 차단' 효과 입증
실제 동물실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연구팀이 신장 손상을 유도한 쥐에게 이 나노의약을 투여한 결과, 손상된 신장에만 약물이 정확히 축적됐고 혈액 내 신장 손상 지표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또한 급성신부전이 만성으로 진행되는과정인 염증, 섬유화, 세포 사멸 현상이 효과적으로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재영 G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손상 부위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지능형 나노의약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당뇨성 신증 등 다양한 신장 질환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완 전남대 교수는 "산화 스트레스와 섬유화를 동시에 억제하는 통합 치료 전략으로 기존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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