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개천절, 한글날과 이어지면서 시민들은 긴 연휴를 보냈다. 차량 이동 또한 늘다 보니 교통사고 건수도 함께 증가했다. 큰 사고가 아니더라도 사고 후 몸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끼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교통사고는 순간적으로 전신에 외력이 가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경미해 보여도 후유증이 오래 남는 경우가 많다.
사고가 나면 차량이 충돌하면서 몸은 급격한 가속 혹은 감속을 겪는다. 이때 목과 척추, 어깨, 허리, 골반 등이 앞뒤로 크게 흔들리며 강한 충격을 받는다. 특히 목이 앞뒤로 젖혀지는 편타성 손상(whiplash injury)은 대표적인 교통사고 후유증이다. 목과 어깨, 등으로 이어지는 근육과 인대가 손상되고, 심한 경우 팔 저림이나 두통까지 나타난다.
허리 부위도 안전벨트나 좌석의 반동으로 압력을 받으면서 디스크나 골반 관절이 손상될 수 있다. 사고 직후엔 괜찮다가 며칠 뒤 통증이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멍이 없더라도, 몸속에서는 미세한 출혈과 어혈이 발생해 혈류를 방해한다. 한의학에서는 이 상태를 어혈(瘀血)이라 한다. 어혈은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과 저림, 무거움, 피로감으로 이어진다.
또한 뇌에 직접적인 손상이 없더라도, 머리가 급격히 흔들리며 생기는 경미한 뇌진탕으로 두통, 어지럼증, 집중력 저하, 속 메슥거림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신경 자극으로 인한 증상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신체적인 통증뿐 아니라 신경과 자율신경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고로 인한 충격과 공포가 신체 긴장을 높여 불면, 두근거림, 불안감, 소화불량 등의 내과적·심리적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단순히 “사고로 놀랐던 것뿐이겠지”라고 넘기기보다는,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의 핵심은 시간이다.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사고 후 48시간 이내 치료를 시작한 환자는 이후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통증 감소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초기에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풀고, 어혈을 제거하며,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것이 회복의 관건이다.
한의학에서는 침, 약침, 부항, 추나, 한약을 병행해 통합적으로 치료한다. 침치료는 손상 부위의 기혈 순환을 회복하고, 부항은 막힌 어혈을 풀어 근육의 긴장을 완화한다. 약침은 한약 성분을 경혈에 주입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조직 재생을 촉진한다. 추나요법은 충격으로 틀어진 척추나 골반의 정렬을 바로잡아 통증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앞의 치료들이 통증을 줄이는 방법이라면, 한약은 몸의 회복력을 길러주는 역할을 한다. 사고의 충격으로 몸 안에 미세한 출혈이 생기고, 혈액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해 굳어진 어혈을 푸는 약재 위주로 처방이 된다. 어혈이 남은 상태에서는 근육과 관절의 회복이 더디고, 시간이 지나면서 뻣뻣함이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화기능을 도와 몸의 대사 효율을 높이거나, 유독 자주 예민해지는 신경의 민감도를 낮추는 등 개개인의 체질을 고려해서 맞춤 형태의 한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단순한 통증이 아니다. 신체의 균형과 자율신경의 조화가 깨진 상태다. 사고 직후에는 통증이 가볍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화될 수 있다. 연휴 동안의 사고로 몸이 예전과 다르다고 느껴진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조기에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빠른 치료가 가장 확실한 회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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