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서귀포 관광극장 철거 문제에 대해 오순문 서귀포시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고태민 위원장, 국민의힘)는 23일 열린 제443회 서귀포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서귀포 관광극장 철거 문제에 대한 서귀포시의 졸속 행정과 절차 미비를 강하게 질타했다.
서귀포 관광극장은 서귀포에서 지어진 상징적 공간으로, 화재 이후 노천극장으로도 활용되며 문화적 의미를 지녀왔다.
고태민 위원장(국민의힘 애월읍갑)은 이중섭미술관과 무관한 관광극장을 공유재산으로 매입하고도 실제 활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 위원장은 관광극장의 외벽을 중장비를 동원해 무너뜨린 서귀포시에 대해 "철거 또는 처분에 해당함에도 공유재산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매입 당시 의회의 부대의견과 검토보고서의 활용방안조차 반영하지 않은 것은 의회와 도민을 무시한 행위"라며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양영수 의원(진보당 아라동을)은 서귀포시가 문화도시를 내세우면서도 관광극장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관광극장은 예비 미래문화자산으로 지정됐고, 2022년 공립미술관 설립 사전평가에서도 '조건부 적정' 판정을 받으며 이중섭 생가 터와 산책길 보존이 명시됐다"며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타당성 조사에서는 관광극장 관련 내용이 누락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원화자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도 "보존 가치가 인정된 자산을 정밀안전진단까지 거친 뒤 철거 결정을 내리는 것은 공론화 부족과 행정의 일관성 결여를 드러낸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박두화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관광극장 매입 당시부터 이중섭미술관과의 연계 계획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 "보존 가치와 활용 가능성을 고려한 대안 마련이 필요했다"면서 "관광극장을 예술인 공연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물을 영구히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철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을)은 "철거냐 보존이냐의 이분법을 넘어서,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는 행정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정밀안전진단에서 제시된 보수·보강 가능성, 석축벽체 보존 대안, 공유재산심의 누락 등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며 "성급한 결정으로 유산 보존 기회를 놓쳤다. 아울러 건축물 존치 여부보다 그 공간에 담긴 시민의 기억과 정체성을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진 의원(더불어민주당 동홍동)은 관광극장에 얽힌 지역민의 정서와 추억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공유재산 매입 당시 심의와 부대의견이 있었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점은 도민과 의회를 무시한 처사"라며 유감을 표했다.
고 위원장은 "이중섭미술관 확장 계획이 작년부터 보고됐음에도 행정이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된 점이 아쉽다"면서 오순문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논란에 대해 서귀포시는 "정밀안전진단 결과와 건축사회 권고 등을 근거로 철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유재산심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행정 미비였고,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문화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사과했다.
한편 서귀포 관광극장은 1963년 서귀포 지역 최초의 극장으로 개관해 60년 이상 서귀포 시민의 문화 중심지 역할을 해온 근현대 건축물이다. 1960년대 근대 건축 기술인 철근콘크리트 구조와 제주 고유의 전통 돌 쌓기 기법이 결합돼 있어, 희소성과 건축자산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해 1999년 폐업한 뒤 오랫동안 방치돼 오다 2015년 이후 지붕이 사라진 구조를 활용해 노천 야외공연장으로 재개장해 주민 문화 공간으로 활용돼왔다. 2023년 12월 서귀포시는 이 건물과 토지를 27억 원가량에 매입했다. 매입 당시 제주도의회는 공유재산 동의 심의 과정에서 "관광극장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보존하라"는 부대 의견을 달았다.
하지만 서귀포시는 2025년 9월 안전진단(E등급)과 인근 이중섭 미술관 공사를 이유로 굴삭기를 동원해 건물외곽의 벽면을 허물었다. 이 과정에서 건축계와 문화계,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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