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백신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이사]
최근 몇 년 사이 철도관광의 흐름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지역의 문화와 경제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코레일관광개발은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기차 여행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 왔으며, 이를 통해 지역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예를 들어, 정선의 ‘아리랑열차(A-Train)’, 남도바다열차, 서해금빛열차(G-Train),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 등은 지역의 자연과 전통, 스토리를 기차여행에 녹여낸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이들 상품은 단순한 관광 코스를 넘어 철도가 지역경제를 순환시키는 통로가 되었고, 지역 농가·식당·숙박업체와의 협력 모델로 발전해 지역 주민들의 체감 효과를 높였다.
안동은 더 유리한 상황이다. 안동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하회마을, 봉정사, 병산서원 등 한국 전통문화의 원형이 살아 있는 도시다. 그러나 문화유산의 보존과 별개로, 관광객 체류형 인프라와 지역 청년의 일자리 연계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코레일관광개발은 ‘더 다이닝(The Dining)’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더 다이닝’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기차 안에서 지역의 맛과 이야기를 경험하는 이동식 레스토랑이다. 이미 남도바다열차, 동해선 관광열차 등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된 바 있으며, 현지 제철 식재료와 전통주, 향토음식을 결합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축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첫째, 기업의 투자유치 확대다. 안동의 풍부한 문화·관광자원을 지역 기업과 외부 자본이 결합할 수 있도록,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관광산업 특구 조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국회의원이 진두지휘하고 지자체장이 그 뒤를 받쳐주는 협력적인 영업이 중요하다.
둘째, 지역의 토착기업 육성과 청년 취업기회 확대이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문화와 관광을 기반으로 한 지역기업을 통해 사업을 경험하는 것이 우선이다. 무작정 창업지원금으로 창업을 권유하는 것은 자칫 청년들의 실패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우선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뒤, 창업을 할지 계속 기업 활동을 이어갈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셋째, 철도와 연계한 관광 인프라 확충이다. 역사 주변 관광자원과 숙박·체험시설을 연계해 철도 이용객이 ‘하루 여행객’이 아닌 ‘체류형 관광객’으로 머물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지역의 경제 생태계에 숨을 불어넣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관광만으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은 과도한 기대이다. 하지만, 관광은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 경제가 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철도는 그 중심에 설 수 있다.
코레일관광개발은 각 지역의 자원과 스토리를 기차여행과 결합하여 “지역이 살아야 철도가 산다”는 철학을 실천해왔다.
안동이 가진 최고 수준의 관광자원과 풍부한 인적 자원이 철도와 만나 새로운 지역경제의 엔진으로 작동하길 기대한다. 철도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지역의 내일을 싣는 길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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