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준 문화방송(MBC) 사장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숨진 오요안나 씨의 유족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고인의 명예사원증을 전달했다. 딸의 사진과 이름이 새겨진 사원증을 받아들며 오열한 장연미 씨는 MBC에 재발방지 및 제도 개선 약속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오 씨 유족과 안 사장은 15일 서울 상암 MBC본사에서 합의문 조인식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안 사장은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의 어머님을 비롯한 유족께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이 합의는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한다는 문화방송의 다짐"이라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더 나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양측이 이날 서명한 합의문에는 MBC 내 고인 추모공간 마련, 기상캐스터 직무 폐지 및 기상기후전문가 전환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오 씨의 이름이 적힌 MBC 명예사원증도 어머니 장 씨에게 전달됐는데, 장 씨는 이를 받아들며 오열했다.
장 씨는 "단지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돼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곡기를 끊었다"며 "이 싸움을 하면서 우리 안나처럼 정말 힘들게 일하면서도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다는 이유로 고통받고 자신의 권리를 빼앗기는 젊은이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장 씨는 "오늘 회사가 약속한 재발방지 대책과 제도 개선 약속은 그 무게가 매우 무겁고 방송사 전체에 미칠 영향이 정말 크다"며 "우리 딸의 억울한 죽음 이후 힘든 투쟁을 거치면서 얻어낸 이 결론이 또다시 알맹이 없는 선언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MBC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오늘의 약속을 하나씩 이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저도 하늘에 있는 요안나와 함께 앞으로 MBC의 제도 개선 노력을 계속 지켜보려 한다"고 했다.

회견 뒤 안 사장은 고인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그간 유족과 함께해 온 노동단체 엔딩크레딧, 직장갑질119 등은 이날 회견 뒤 보고대회를 열고 향후 합의 이행을 감시하고, 방송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오 씨는 2021년 MBC에 입사해 기상캐스터로 일하다 지난해 9월 15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적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장 씨는 딸의 1주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8일 서울 마포 MBC 본사 앞에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분향소'를 차리고 공식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고, 지난 5일 잠정합의에 따라 이를 멈췄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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