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각 시군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특례를 바탕으로 지역균형발전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별자치도 2년 차’에 접어든 전북은 37건의 공통특례와 시군별 특화정책을 병행하며 행정 자율권 확대와 균형발전의 동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간 산업 기반, 인구 구조, 행정 역량의 격차가 여전해 “특례의 실효성은 결국 현장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는 냉정한 시선도 함께 나온다.

◇문화와 첨단, 전주의 실험과 군산의 재편
전주는 문화산업과 첨단기술의 결합을 통해 도시 구조를 바꾸는 실험에 나섰다. ‘한스타일 영상지구 확대’, ‘전북핀테크 육성지구’, ‘탄소소재 의료기기 기술특례’ 등은 K-컬처와 ICT 산업을 잇는 융복합 전략의 핵심이다.
한옥마을과 영화의거리, 정보영상벤처타운을 중심으로 한 문화산업벨트는 올해 하반기 최종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전주의 ‘문화산업 중심 도시’라는 비전이 실제 일자리와 지역경제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군산은 산업 전환과 고용 구조 재편에 초점을 맞췄다. ‘새만금 고용특구’ 지정으로 기업과 노동시장 간 연계체계를 마련하고, 이차전지 산업과 해양문화유산교류지구 조성 등 산업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새만금 개발 지연과 대기업 투자 일정 차질로 인해, 실제 고용 창출 효과가 지역사회에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 농생명산업, 전북 정체성의 중심이지만…온도차 뚜렷
전북의 다수 시군이 ‘농생명’을 지역 성장의 핵심축으로 삼고 있다.
익산은 ‘동물용의약품산업지구’를 중심으로 연구 기반을 확충하고, 남원은 ‘ECO 스마트팜 산업지구’로 첨단 농업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두 지역 모두 농업의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기술 투자와 기업 유입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진안은 ‘홍삼한방산업 진흥지구’를 통해 전통 산업의 현대화를 꾀하고 있다. 홍삼 산업의 브랜드 가치는 높아지고 있으나, 원료 표준화와 유통망 정비가 과제로 남는다.
장수는 ‘저탄소 한우산업지구’를 조성해 축산업의 탄소 저감과 농가 소득 증대를 동시에 노리지만, 관련 인프라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
임실은 ‘치즈·낙농 산업지구’를 통해 1차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고, 순창은 ‘미생물 농생명산업지구’로 그린바이오 산업의 거점을 꿈꾼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인력 유출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고창은 김치원료와 가공을 연계한 ‘사시사철 김치특화 산업단지’를 추진 중이나, 지역농가의 안정적 판로 확보가 핵심 관건이다.

◇산과 바다, 관광을 둘러싼 서로 다른 해석
관광 분야에서는 무주, 김제, 부안이 중심에 섰다.
무주는 향로산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산악관광지구’ 조성을 통해 산림·휴양·치유가 결합된 체류형 관광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김제는 모악산 도립공원 일대에 빛·야생화 정원과 숲 어드벤처, 로맨틱상가를 조성하며 도심권 관광지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부안은 변산·격포 해양자원과 내소사·개암사 등 산림자원을 잇는 복합문화 리조트를 조성해 서해안 관광벨트를 완성하려 한다.
세 지역 모두 ‘친환경 관광’을 내세우지만, 지역민과 환경단체 사이에서는 “지속가능한 관광인지, 개발 중심의 사업인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 환경과 에너지, 전환의 관문에 선 정읍과 완주
정읍은 전라권 유일의 ‘환경교육 시범도시’로 지정돼 주민참여형 환경보전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하지만, 행정 주도형 사업을 넘어 시민사회와의 연계가 과제로 남아 있다.
완주는 ‘수소경제 이행 촉진 특례’를 통해 수소 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산업부의 수소특화단지 지정에도 대응하고 있다. 청정수소 생산·보급 체계를 구축 중이지만, 산업 생태계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기술 상용화와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다.

◇ 제도는 시작, 균형은 ‘현장’에서 완성된다
전북도는 감사위원회 설치, 주민참여 예산제, 지역인재 채용, 중소기업 지원, 야간관광산업 육성 등 37건의 공통특례를 추진 중이다. 이는 제도적 균형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지만, 성과의 무게중심은 결국 시군별 집행력에 달려 있다.
자치 역량이 충분한 도시와 재정이 취약한 군 단위 지역 간의 격차는 특례 제도의 실질적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14개 시군이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특화된 전략을 추진하면서 전북 전체가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하고 있다”며 “특례는 제도가 아니라 전북 발전의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특례가 제도적 선언을 넘어 지역민의 삶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북의 특례는 분명 새로운 시도다. 결국 균형발전의 성패는 제도보다 현장에 달려 있다. ‘특례의 시간’이 진짜 변화를 증명할 수 있을지, 그 답은 이제 전북의 14개 시군이 써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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