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철소에서 나오는 가스를 그대로 연료전지에 넣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입증됐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산업이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전북대학교 이기태 교수 연구팀은 제철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로가스’를 별도의 정제 과정 없이 바로 연료전지에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Power Sources' 최신호에 실렸다.
전로가스는 제철소에서 쇳물을 정제할 때 나오는 부산물로, 절반 이상이 일산화탄소(CO)다. 지금까지는 위험성과 불안정성 때문에 단순히 태워서 열에너지를 얻는 방식으로만 사용됐다. 하지만 이기태 교수팀은 전극에 팔라듐(Pd)을 입힌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개발해 전로가스를 그대로 연료로 쓸 수 있음을 확인했다.
실험 결과, 800℃ 이상 고온 조건에서는 가스에 포함된 수소와 질소가 연료전지의 효율을 오히려 높여주고, 문제가 됐던 탄소 찌꺼기 발생도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팔라듐 전극이 전기 반응 속도를 크게 개선해 연료전지 성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이기태 교수는 “이 기술은 단순히 전기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화학제품 생산에 활용하는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과 연결하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강산업의 탄소중립과 연료전지 상용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의 연구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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