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26일 오후 7시 개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해 개막식에서 벌어진 장면은 여전히 시민들의 뇌리에 남아 축제를 향한 몇가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2024년 개막식 무대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양반탈을 쓰고 붉은색 한복을 입은 시장이었다. 절대 권위와 제왕성을 상징하는 붉은빛은 양반탈과 결합해 시장을 무대의 ‘최고 권력자’로 부각시킨 듯 했다.
같은날 지역 국회의원은 ‘탈’ 선정 과정에 있어 석연치 않은 잡음이 있어 끝내 무대에 서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2023년 시장과 나란히 선 국회의원은 파랑색, 도지사는 황색 한복을 입었다. 붉음(하늘)·파랑(땅)·황색(사람)으로 이어진 삼태극처럼 보여지는 구도는 우연일까.
이를 단순한 색의 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문화계 한 관계자는 “이는 삼신사상에 뿌리를 둔 무속적 연출이자 권력 서열을 무대화한 것”아니냐는 의문을 던졌다. 더구나 국회의원의 “파랑색 한복은 보수 정치의 색깔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역 정치인들의 볼멘소리만 더해질 뿐이다.
실제로 축제 무대는 시민의 해학과 풍자를 담은 탈판이라기보다는 특정 권력자가 주도하는 ‘상징의 탈’만 사진으로 남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올해 2025년 무대에 흰색 한복이 등장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흰색은 순수와 정화를 뜻하는 동시에 제례의 의미를 담고 있어, 정치적 해석에 따라 ‘새 출발’ 혹은 ‘절대 권력의 재강조’로 읽힐 수 있다.
한 시민은 “흰색은 모든 색을 덮는 색인 만큼 오히려 더 은밀한 권력 과시로 보일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물론 색깔 논란이 이미 불거진 이후라, 흰색으로 통일하는 것이 가장 간명한 해법일 수도 있다.
이러한 상징 연출은 탈춤 무대에만 국한되지 않아 보였다. 2023년에는 안동시청 담벼락에 뜬금없이 홍살문이 설치되면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본래 신성한 공간의 경계나 권위를 드러내는 홍살문이 시청 외벽에 등장하면서, 행정 공간을 마치 ‘성역화’하려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억지성 비난도 뒤따랐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세계인의 축제’를 표방한다. 그러나 색깔과 탈, 그리고 상징물들이 권력자의 과시와 장식으로 표출된다는 인식들이 제기된다면, 축제의 본래 정신인 해학과 풍자는 설 자리를 잃는다.
“권력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축제의 세계화는 허울뿐이다”
혹시라도 지역 축제에 권력 숭배적 의식이 연출되었다면 이제라도 악습은 끊어야 한다. 세계인의 탈춤판을 특정 정치인의 굿판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모든것이 ‘정치적 의도’에 기반한 연출이었다면 진정한 탈춤의 정신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권력 과시뿐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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