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가 관광 극장 철거와 관련해 시민 안전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건축면적을 축소해 도의회 심의 절차를 회피하거나, 철거를 전제로 한 사업 추진, 공론화 미흡 등 관광 극장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오순문 서귀포시장은 24일 시청 기자실에서 '(구)관광 극장 철거 문제 관련 서귀포시 입장' 브리핑을 통해 "건축사회의 제안과 시민 안전을 전제로 한 합리적인 보존 가능성, 철거 후 활용 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서귀포 관광 극장이 60여년이 지난 노후 건물이라는 점을 되풀이 했다.
오 시장은 "올해 5~8월 실시된 건축물 정밀 안전진단 결과, E등급 판정으로, 콘크리트 탄산화가 급속히 진행돼 보수·보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시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철거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또, 관광 극장과 인접해 있는 "이중섭 미술관의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극장 철거 문제로 인해 미술관 신축 공사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유재산 심의에 대해 오 시장은 "건물 시가 표준액이 8000만원에 불과해 1억 미만은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다만 용도 폐지에 대해선 실무자의 실수가 있었다"며 행정 착오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오 시장은 "매입 당시 전체 건축물 면적은 820㎡였고, 이를 멸실하려면 전체 면적에 대한 폐지 절차를 밞아야 하지만, 실무자가 철거 대상은 건축물이 아니기 때문에 300㎡만 멸실 처리한 건 착오다. 아직 100% 해소는 안 됐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관광극장 매입 당시 조감도에 이미 이중섭 미술관이 포함돼 있었고, 결국 철거한 후 이곳에 이중섭 미술관을 지으려 했던 게 아니냐는 질문에 오 시장은 "하나의 부지로 심의를 받은 건 맞다. 하지만 건축물을 짓기로 한 것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관광 극장 철거와 관련한 공론화 과정에 대해선 2021년 6월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에 포함된 '이종설 미술관 부지 매입 및 신축 심사 보고서'를 제시하며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오 시장은 이 보고서 내용에서 '관광극장 부지를 미술관 신축 미술관 부지로 활용하는 것으로, 서귀포시 최초의 현대적 극장이라는 역사성과 장소성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 마련 필요함' 문구를 두고 "약간의 철거 부분을 전제로 하는 표현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극장 매입 당시 조감도에 그려진 이중섭 미술관 공사와 연계된 철거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석연찮은 뒷맛을 남겼다.
건물이 견고해 중장비를 동원해도 철거 작업이 쉽지 않았다는 작업자의 증언에 대해 오 시장은 "건물이 홑담 구조로 되어 있고, 부식이 상당 부분 진행돼 철거가 필요했다"며 "특히 횡력에 약해 붕괴 시 시민 안전을 우려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공론화 과정이 현장 설명회(2회)와 주민 설명회(1회)에 그쳤다는 지적에 대해선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다만 어떤 형태로 문화예술 시설이 들어서게 할 건가에 대해 주변인들에게 여러 차례 얘기를 했다"고 답했다.
한편 문화도시를 표방한 서귀포시가 관광극장 시가 표준액을 단순 부동산 가치로만 산정해 서귀포시의 근현대사가 담긴 문화 자산을 포기한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서귀포시가 도의회의 공유재산 심의와 관련 건축물 면적을 축소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담당자의 단순 실수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행정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나온다.
지난 22일 서귀포시가 철거를 시작한 관광극장은 1963년 10월 서귀읍 최초 극장으로 문을 열었다. 2021년 '제주다운 건축상'을 수상하며, 이중섭 거리의 문화 공연장의 핵심 축으로 방문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철거 작업은 시민 반발로 인해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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