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내에서 '조희대 사퇴론'에 대한 뉘앙스 분화가 감지된다. 정청래 당대표는 "깨끗하게 물러나길 바란다"며 강경 기조를 유지했지만, 김병기 원내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당내 의견들을 두고 "스펙트럼이 넓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정 대표는 19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내부 비판과 국민적 불신은 다 조 대법원장이 초래한 자업자득이다. 본인이 자초한 일이니 본인이 결자해지하길 바란다"며 "깨끗하게 물러나길 바란다. 현명하게 처신하길 바란다"고 했다.
정 대표는 "조 대법원장이 12.3 계엄 때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단호히 반대했고 서부지법 폭동 때 분노의 일성을 했다면, 지귀연 판사가 윤석열을 풀어줬을 때 분명한 입장을 표명을 했다면 오늘날의 사법불신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의) 평상적 절차만 지켰어도 대선 후보를 바꿔치기했다는 의심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이뤄진 모든 최고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조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며 대 사법부 강경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제주 현장최고위에선 서영교·부승찬 의원이 제기한 조 대법원장의 '오찬 의혹'에 대해 "내란특검은 이 제기된 충격적 의혹에 대해서 수사해야 한다", "(조 대법원장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엔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힘을 싣기도 했다.
반면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탄핵 주장 등 당내 기조에 관해 묻자 "가장 강력한 게 탄핵이고 '불안하게 좀 하지 말라'는 게 온건한 의견이고 그런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당내 의견의) 스펙트럼이 넓다"고 언급했다.
김 원내대표는 "저희가 대법원장께 가장 불안해 하는 것은 대법원장님이 자초하셨다(는 것)"라며 "조 대법원장께서 정말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 그러고 공정한 재판을 천명하시고 그대로 보여주셨다면 이런 얘기가 나올 리가 없다"는 등 당 기본 입장은 공유했지만, 조 대법원장 '사퇴'에 대한 직접 촉구나 당의 '탄핵'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그는 외려 당의 기조를 두고 "(내란재판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하기 위한 저희의 방어수단", "조 대법원장을 공격을 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조 대법원장이 내란재판 등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하겠다는 천명을 하시면 되는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김 원내대표는 특히 정 대표가 '조희대 사퇴론'의 명분으로 강조한 '한덕수 오찬 의혹'과 관련해서도 "(의혹을) 말씀하신 분들이 해명을 하셔야 될 것 같다"고 일부 거리를 뒀다. 그는 "지금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당사자들이 일제히 부인하고 나섰다"며 "그럼 (의혹을) 최초에 거론하신 분께서 '이러이러한 것 때문에 했다' 해명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의혹 수사와 관련해서도 "일단 그 해명들을 서로 듣고 수사나 이런 것이 필요하다면 어디에서 (수사할지), 그 수사 주체가 누가 되어야 될지, 그런 것들은 사법과 검찰 등 그쪽 사법영역에다 맡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내란특검이 해당 의혹을 '수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낸 상황에 '수사·사법기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것.
한준호 최고위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찬 의혹'의 진위 여부와 관련해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이걸 처음 주장했었던 유튜버들, 그리고 서영교 의원의 주장들을 조금 더 면밀히 봐야 되고 그 근거를 명확하게 저희가 확인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거리를 뒀다.
한 최고위원은 "이 주장과 별개로 조 대법원장의 지난 12.3 비상계엄부터 5월 1일 파기환송까지의 과정들, 이 과정들만 가지고도 충분히 조 대법원장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역시 최근 당의 사법부 압박 기조 기본 전제인 △내란재판 지연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법부 침묵 △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건 등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되, '오찬 의혹'에 대해선 선을 그은 셈이다.
민주당은 전날 3대(내란·김건희·해병대원) 특검 사건을 전담할 1~2심 전담재판부 6개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3대 특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발의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당론은 아니"(김현정 원내대변인)라는 원내지도부의 설명이 뒤따랐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이 법안와 관련 "의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 강온의 의견이 있다"며 "(법안에 대해) 위헌 논란이 있을 것 같다면 그건 빼는 거다. 조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사건 담당 재판부인 형사합의 25부에 법관 1명 증원과 일반사건 재배당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왜 진작 내란전담재판부를 만들지 않았나"라고 질타하며 전담재판부 설치에 힘을 실었다.
정 대표는 "(법원은) 민주당의 법안 발의와는 별개로 내란사건 재판을 맡고 있는 형사합의25부의 법관 증원과 일반사건 재배당을 검토하겠다고 뒤늦게 말하고 있다"며 "이제와서 찔끔 1명 증원하고 일반사건을 재배당한다고 면피가 가능하겠나. 이미 시간이 늦었다"고 했다.
한 최고위원도 이에 대해선 "지금 (법원 입장은) 한 명 정도를 더 배정을 해서 형사25부에서 내란재판을 제외한 형사재판을 전담하게 하겠다 이런 것"이라며 "이게 지귀연 재판부에 저희가 가지고 있는 의심, 그리고 거기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아주 미흡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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