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공항의 한계, 전북만 ‘하늘길 없는 지역’
법원이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을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전북은 다시 한 번 ‘사실상 무공항 지역’의 현실에 직면했다. 군산공항이 있긴 하지만 제주 노선만 운항되는 군 공항 기반 소규모 민항에 불과해 지역 발전을 이끌 항공 인프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군산공항은 현재 제주 노선만 운항되고 있다. 군 비행장에 민항을 끼워 넣은 구조여서 국제선은 물론 대규모 여객·물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전북은 인천·김포·김해·제주 같은 거점공항은 물론, 양양·울산·사천 등 중소규모 지방공항조차 없는 사실상 무공항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2019년 새만금국제공항을 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지정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했으나, 이번 판결로 추진 동력에 제동이 걸리면서 불평등 구조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새만금 개발·관광 산업, 공항 부재에 흔들려
새만금국제공항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가 아니라 새만금 신항만,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기업 투자단지와 연결된 핵심 축으로 설계됐다. 특히 RE100, 수소특화단지 등 미래 산업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기업 유치 전략에서 국제공항은 필수적이다.
관광산업도 마찬가지다. 전북은 전주한옥마을, 무주태권도원, 지평선·치즈·반딧불축제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국제공항 부재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의 걸림돌이 돼 왔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공항이 빠진 새만금 개발은 동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국제 물류·투자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기업 유치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북도 “협의체 구성해 항소심 총력 대응”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일 시민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국토부가 입지를 선정하면서 조류 충돌 위험성 검토를 소홀히 한 점, 위험도를 축소한 점, 생태계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들었다. 원고 1300여 명 중 단 3명만 적격이 인정됐는데, 전북도는 이들의 법률상 이익이 충분한지 항소심에서 다시 다툴 계획이다.
전북도는 15일 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토부에 ‘소송 대응 협의체’ 구성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협의체에는 국토부, 전북도, 군산시, 서울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환경 전문가 등이 참여할 전망이다.
천영평 도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판결은 2023년 잼버리 예산 삭감 사태에 준하는 위기 국면”이라며 “착공(당초 11월 예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권민호 도 도로공항철도과장은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해 “착공 전 단계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새만금 전체 개발이 중단돼 공익적 훼손이 더 크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김미정 도 새만금해양수산국장은 “연말 재수립 예정인 새만금 기본계획(MP)에는 공항 위치와 개발 방향 정도만 담겨 있어 이번 판결이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전북 균형발전의 분수령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이미 다른 시·도는 예타 면제를 통해 대규모 SOC 사업을 추진하는데 전북만 제약을 받는 것은 균형발전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항소심에서 사업 정당성 확보를 촉구했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항이 무산되면 새만금은 단순한 간척지로 전락할 수 있다”며 “전북의 하늘길이 막히면 관광도, 기업 유치도, 균형발전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원의 판결로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은 불투명해졌지만, 전북도와 국토부가 항소를 예고한 만큼 항소심은 새만금 개발과 전북 균형발전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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