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 십점!"
해설자의 외침이 터져 나오자 5·18민주광장에 설치된 양궁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석에서 폭발적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궂은비도, 습한 날씨도 대한민국 양궁 여제들의 금빛 활시위를 응원하는 열기를 막지 못했다.
2025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마지막 날인 12일 여자 리커브 개인전 결승이 열린 5·18민주광장 특설경기장은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주최 측에서 준비한 우비를 입고 속속 모여든 시민들은 빈틈없이 관중석을 채웠고 '광주의 딸' 안산(광주여대)과 강채영(현대 모비스) 등 대한민국 선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세미파이널에서 안산과 강채영 선수의 한판 승부는 해설자의 입을 빌어 '진격의 거인'의 거인들의 대결을 연상시킬만큼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세트 스코어 2-3, 패패승승승으로 강채영이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마지막까지 승리의 여신은 강채영의 손을 들어줬다. 단체전 동메달에 이어 개인전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중국의 주징이와 맞붙은 결승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세트 스코어 4-4로 팽팽히 맞선 상황, 운명의 마지막 한 발에서 희비가 갈렸다. 강채영이 흔들림 없이 10점을 쐈지만 주징이는 9점에 그치며 금메달의 주인공이 결정됐다.
앞서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안산이 인도네시아의 디아난다 초이루니사를 꺾고 동메달을 확보했다.
안산은 흔들리지 않는 멘탈로 값진 동메달을 수확해 홈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팬들은 광주여대의 응원 현수막과 태극기, '안산이가 바라는 대로 될 거야'라고 적힌 손팻말등을 흔들며 끝까지 응원을 보냈다.
이날 경기장에는 특별한 손님도 찾아왔다. 오전에 광주비엔날레를 관람한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강기정 광주시장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며 경기를 '직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손을 흔들며 시민들의 환호에 화답했고 시상식 종료 후에는 기보배 선수와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경기장 주변은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 광주대학교가 운영한 페이스페인팅 부스에서는 아이와 엄마가 서로의 얼굴에 태극기를 그려주며 웃음꽃을 피웠고 기후에너지진흥원의 친환경 체험 부스도 큰 인기를 끌었다.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김모(47) 씨는 "TV로만 보던 국제 경기를 민주주의의 심장인 5·18광장에서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비가 내리고 있다는 것을 잊을 만큼 짜릿한 경기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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