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문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해 3일 열리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북·중·러 3각 연대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보고에서 "김 위원장은 열병식에서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천안문 성루에 서서 냉전기 3각 연대 구도를 재현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동급의 의전과 경호 등 각별 예우를 받을 것"으로 보고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일 오후 전용열차편으로 평양울 출발해 2일 새벽 국경 통과했고, 2일 오후 늦게 베이징에 도착해서 방중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국정원은 이 과정에서 북중 정상회담을 비롯해 북러 정상 간 만남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최선희 외무상과 조선노동당 김성남 국제부장, 현송월 부부장 등이 김 위원장을 수행 중이고,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당 부부장도 동행했을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동행 여부는 확정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다자외교 데뷔전 격인 방중 의도에 대해 북한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최적의 카드"로 판단하고 △북중관계 복원을 통한 대외적 운신 폭 확대 △중국의 경제적 지원 견인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앞두고 러시아 편중 외교 탈피 등을 모색하는 시도로 분석했다. 아울러 북미대화를 염두에 두고 중국의 지지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유인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국정원은 보고 있다.
다만 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선 모습을 연출했음에도 북중러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정원은 "북중러가 한꺼번에 모여서 회담을 하면 국제사회에 던지는 군사안보적 반대 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국정원은 "당장 실질적인 북중러 3자 협력이 이어질 가능성 낮지만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 중"이라며 "향후 북한이 전향적인 새 국가발전 노선을 제시하거나 김 위원장의 방러 카드도 저울질 할 것"으로 예상했다.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도 "북한이 대화에 선뜻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태도를 주시하며 접촉 기회를 모색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김 위원장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조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정원은 "조우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에 북한의 호응 여부가 관심인 가운데, 국정원은 "(북한은) 현재 '2개의 국가론'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일부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고 분석했다. 김여정 부부장 명의 연쇄 담화 등을 통해 대남 입장의 불변성을 강조하면서도 대남 확성기 방송 중단, 북한 어민 송환 등에 관심을 보이면서 상황 관리를 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정보 획득에 나서고 있으며, 우리의 대북 정책에 대해 상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하달하는 등 북한 내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국정원은 "북한이 10월 10일 당 창건 80주년과 내년 초가 유력한 9차 당대회를 본격 준비하고 있다"며 "10월 10일 약 1만 명 이상을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을 연습하고, 10만 여 명의 대규모 집단체조도 5년 만에 다시 할 전망"이라고 했다.
북한 내부적으로 당 창건 행사와 9차 당대회 준비에 힘을 쏟고 북중, 북러 관계를 밀착해 외교 공간 확보에 주력하는 만큼, 대남 정책의 전환이나 재조정할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정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6000명을 3차 파병할 계획이고, 전투공병 1000명이 러시아에 도착했다"면서 "기존 파병군은 후방에서 예비전력으로 주둔 중이고, 현지 지도부 교체 추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 전사자를 종합 검토한 결과 현재 2000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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