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턱을 알리는 처서가 지났지만, 날씨는 여전히 여름을 붙잡고 있다. 뜨거운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오후, 섭씨 33~4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땀방울은 금세 이마, 목덜미, 등줄기를 타고 온몸을 투명 빛으로 색칠해 내린다.
27일 안동시 실내체육관 지하 한켠에 마련된 산불 피해 이재민들을 위해 기부된 의류를 분류하고 포장하는 작업 현장, 이곳은 산불로 삷의 터전을 잃은 이웃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이날 안동시 사회복지과 재해구호 TF팀을 비롯한 자원봉사자 40여 명이 벌써 일주일째 의류가 포장된 박스를 나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기부받은 물품 박스에는 패딩, 점퍼, 티셔츠, 바지, 양말, 체육복 등 동절기 대비에 꼭 필요한 의류가 포함돼 있으며, 봉사자들은 이를 나누어 포장한다.
단순히 옷을 나르는 것이 아니라, 피해 이재민들의 체형에 맞게 사이즈별로 정리하고 다시 포장하는 일이라 손이 많이 가지만, 누구 하나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임시 작업장 안, 끝도 없이 보이는 박스에 재해구호 TF팀 관계자는 “겨울이 오기 전에 필요한 옷이 제대로 전달되어야 한다”며 “추위가 오기 전에 나눠 드려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속마음을 밝혔다. 땀을 훔치며 분주히 박스를 나르는 봉사자의 말에는 이재민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묻어났다.

이들의 정성과 노고는 결코 작지 않다. 주말 반납은 물론, 분류 작업외에도 일선에 복귀 하면 행정업무와 민원에 할 일은 태산이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별도의 포상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산불 이재민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는 '사랑의 물품 정리 현장'이다.
박스 하나를 열자 두툼한 겨울 점퍼가 모습을 드러낸다. 꺼내들던 봉사자,시청 직원 한 사람은 옆에 있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다.
"이건 사이즈 100입니다. 잘 확인해주세요"
"네, 두 번째 박스로 가면 되네요. 그렇게 해 둘게요"
그들의 대화는 나누는 과정이 아니라, 겨울을 쫓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과정이다. 물품 하나에 '정'이 숨어드는 순간이었다.

새마을부녀회 한 회원은 “솔직히 박스가 꽤 무겁습니다. 하루는 괜찮을 것 같더라도 사실 몸은 욱신거리고요... 힘들단 생각보다 ‘이걸로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마음이 있어뿌듯해지는 것 같다" 고 읏음 지었다.
현장에 있던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산불로 상처 입은 이재민들이 올 겨울은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 작은 정성이 모여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긴 하루가 저물 때, 작업장에는 정갈하게 정리된 박스의 기부물품이 차곡차곡 정리됐다. 땀으로 다닌 옷, 지친 마음 속에서도 번져가는 미소가 모두가 함께 한 마음으로 이웃을 위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결국 한 사람의 작은 손길은 모여서 큰 힘이 된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흐른 방울 방울은, 그 어떤 보상보다 값진 선물이다. 안동시의 긴 여름날, 그 뜨거운 땀방울은 올겨울 산불 이재민들의 마음을 내어 따뜻한 이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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