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비상계엄 전후 국무회의 상황을 소상히 파악하기 위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전·현직 국무위원들을 줄소환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소환 조사 이전에 혐의를 특정하기 위한 밑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과 채상병 특검팀도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내란 특검팀은 2일 한 전 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 등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로 차례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내란 특검팀은 이들에게 윤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권을 남용했는지와 일부 국무위원의 내란 방조 의혹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인 조사 내용과 신분은 말할 수 없지만 국무위원 권한이나 의무, 역할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직전 국무회의에서 계엄 발령에 동조하거나 묵인·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계엄 선포 전에는 계엄 선포문에 부서(서명)하지 않았다가 이 점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나중에 파악하고 계엄 선포 후 사후에 새로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안 장관과 유 장관은 계엄 전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들을 상대로 윤 전 대통령이나 대통령실로부터 참석 지시를 받았는지, 왜 참석하지 않았는지 등 경위를 묻고, 계엄 이전에 계엄이 모의된 사실을 알았는지 등을 질문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은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국무위원들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알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최상목 전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정부 장관 등 나머지 국무위원들도 연이어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출국금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경찰에서 출국금지가 이뤄지는 경우 수사기관이 변동되면 다시 변동된 기관에서 별도 조치 여부를 검토해서 출국금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 큰 사정 변경이 없는 경우 경찰에서 한 출국금지를 수사기관이 변경된 경우에도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내란 특검 조사실에 출석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내란 동조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등 질문을 받았으나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건희-채상병 특검도 본격 수사 착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연루된 16개 의혹 수사를 맡은 민중기 특검팀과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담당한 이명현 특검팀도 이날 나란히 현판식을 열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민 특검은 이날 오전 현판식에서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 여러 의문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지나치거나 기울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경찰청에 "전국 경찰청 및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명태균 관련 사건 모두를 이첩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청은 오는 3일 명 씨 관련 수사 자료 일체를 특검팀에 넘길 예정이다.
이 특검도 이날 오전 현판식을 열고 "철저하게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뒤이어 이날 오후에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소환 조사했다. 임 전 사단장은 채상병 순직 당시 무리한 수색 작전을 지시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는 물론, 자신의 구명을 위해 김 전 대표에게 로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특검팀은 약 4시간가량 임 전 사단장에게 채상병 순직과 이후 외압 의혹이 불거진 상황, 김 전 대표와의 관계 등을 캐물었으나, 임 전 사단장은 대부분의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 전 사단장은 이날 특검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 사망에 책임을 느끼냐'는 질문에 "당시 사단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수중수색 지시를 하지 않은 저에게는 법적 책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와도 전혀 모르는 사이이고, 만약 전화라도 한 번 했으면 억울하지라도 않겠다"며 구명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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