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비닐 깔고 자면 그렇게 잠이 잘 오길래…."
지난달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상습야간건조물침입절도 혐의로 구속송치된 50대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야간에 산으로 들어간 이유를 묻는 수사관에게 이같이 진술했다.
A씨는 지난 2년여간 수사망을 피해 범행을 이어오면서 5건의 지명수배가 내려지는 등 전국 경찰서에서 이름 난 절도범이었다.
그는 낮에는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시내버스를 타고 이곳저곳을 돌며 범행을 하다가, 밤이 되면 인근 야산으로 들어가 잠을 자고 나오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가 수사망을 피했다.
이로 인해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의 뒤를 쫓던 경찰은 번번이 그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밤에는 산에 몸을 숨긴 수법 덕에 수사망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는 막판 덜미를 잡은 강진경찰서 수사과에서 태연하게 산에 들어간 이유를 "(수사망을 피하고자 했던 게 아닌) 잠이 잘와서"라고 밝혔다.

그가 범행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23년 9월 6일이다. 이미 야간건조물침입절도죄로 수감됐다가 복역 후 2023년 8월 23일 출소해 불과 14일만의 일이다.
A씨가 첫 범행지로 삼은 곳은 경남 김해시의 한 음식점이다. 그는 이곳에서 20만원을 훔친 뒤 달아났다. A씨의 범행은 이곳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전국 지도를 가지고 다니면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 잠을 잘 지역을 결정하면, 시군 단위 지역을 도는 마을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범행 장소인 읍내 식당들을 살폈다.
이후 소주를 사서 산에 들어가 비닐을 깔고 잠을 잔 뒤, 새벽에 나와 범행 장소로 물색했던 음식점 창문을 하나 둘씩 열어보기 시작했다. 이어 문이 잠기지 않은 식당 창문으로 들어가 계산대를 열어 현금을 훔쳐 나오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A씨는 범행을 마치면 곧바로 지역을 옮겼고, 인접 3~4개 지역을 돌면서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뒤, 밤에는 산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면서 수사망을 피했다.
그 결과 A씨의 행각은 1년여 넘게 이어졌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18일 같은 수법으로 강진의 한 관광지 음식점에서 12만원을 훔쳤고, 강진경찰서는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A씨를 추적 끝에 3~4개 시군을 돌며 범행을 이어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3개 팀으로 수사팀을 편성해 수사를 이어가던 중 A씨의 범행 패턴을 파악했다. 그리고 올해 6월18일 A씨가 다시 장흥에 출몰한 사실을 확인했고, 다음날인 19일 CCTV 추적 끝에 비가 많이 와 A씨가 산에 들어가지 못하고 모텔에서 숙박을 한 것을 연이어 확인했다.
경찰은 곧바로 A씨가 숙박한 모텔을 급습해 지난달 21일 오전 긴급체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2023년 9월 6일부터 올 6월 18일까지 같은 수법으로 경기, 경남, 경북, 대구, 부산, 강원, 충남, 충북, 전남, 전북, 울산 등 일대 음식점에서 총 39차례에 걸쳐 절도 행각을 벌여 총 1300여만 원 상당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 검거 당시 피해 금액 중 현금으로 소지하고 있던 380만원도 압수조치했다.
전국을 떠돌며 신출귀몰 해오면서 상인들을 울렸던 절도 범행이 결국 경찰의 끈질긴 수사로 막을 내렸다. 산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지역을 떠도는 수법에도 패턴을 놓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간 '나는 경찰'이 있었던 덕이다.
노형기 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A씨 범행으로 전국적으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팀을 편성해 A씨의 범행 수법과 패턴을 분석했고 끈질긴 수사 끝에 검거에 이르렀다"면서 "여죄 확인 및 피해 회복에도 최선을 다하는 등 강절도 범죄에 앞으로도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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