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8부 능선 넘은 이재명, '尹 아바타'가 대항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8부 능선 넘은 이재명, '尹 아바타'가 대항마?

[최창렬 칼럼] 탄핵 민심 외면한 국민의힘의 4가지 오판

제17대 대통령 선거는 민주화 이후 63%라는 역대 가장 저조한 투표율과 500여만 차이라는 가장 큰 표차를 보인 선거였다. 당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48.67%,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26.14%의 득표율을 보였다.

투표율이 저조했던 이유는 당시 이 후보가 낙승하리라는 예상에서 진보 진영이 투표를 포기했던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21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전 대표가 타후보군들에 비해 현저하게 앞서 가면서 17대 대선과 같은 양상이 재현되지 않을까. 이번 대선에서 몇 가지의 시사점을 생각할 수 있다.

우선 개헌 여부다. 1987 체제가 한계를 넘어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진단에 이견은 거의 없다. 정치는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고 현행 대통령제의 한계도 뚜렷하다. 이를 혁파하기 위한 헌법 개정은 역대 모든 선거에서 공약 사항이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윤석열 탄핵국면에서 개헌을 통해 대립과 적대가 고착화되어 있는 현 권력시스템과 구조를 근본부터 바꿔보자는 주장들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하다. 압도적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의 이 전 대표가 개헌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도 지났다.

그렇다면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이재명을 기치로 한 '그랜드 텐트'로, 개헌에 부정적인 이 전 대표를 반개헌 세력으로 몰아붙인다면 대선은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으로서 해 볼만한 게임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첫째, 윤석열을 내세워 국민의힘 경선과 이후 당권 등 당내 기득권을 지키려는 인물들과 탄핵 반대 세력이 건재하는 한 개헌의 당위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을 반개헌 세력으로 치부하여 포위한다는 전락은 명분을 확보할 수 없고 유효하지 않다.

둘째, 이대로 승패가 싱겁게 끝날 것인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차출론, 추대론 등이 무성하다. 거론되는 국민의힘 후보들로 이재명을 대적하기 어렵다고 보고 외부 인물을 차용하여 선거를 치러보겠다는 심산이다.

한덕수가 윤석열의 아바타니,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였고, 여야 합의의 부재를 이유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았다거나, 최근에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에 지명했다는 이유 등이 아니더라도, 성공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한덕수는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게다가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관 지명에 대한 효력을 정지시켰다. 본안 소송이 남아있지만 헌재는 사실상 위헌의 의견을 전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대행에겐 치명적이다.

셋째,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을 사실상 포기한 것 같다. 중도층의 압도적 다수가 탄핵을 지지했고, 국민의 전체 여론도 탄핵에 찬성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파면으로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중도확장력을 가진 후보를 중심으로 경쟁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한덕수 출마론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을 밀어냈다. 완벽하게 기울어진 전세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경선은 역선택 방지 조항으로 중도확장성 있는 후보를 원천적으로 배제했다. 파격과 뉴 아젠다, 탄핵 반대에 대한 반성으로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복원하고자 하는 노력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극우와 수구에 기생하여 알량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아직도 '윤심'에 기대는 게 국민의힘의 현주소다.

한덕수 차출론도 이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대선 포기를 전제로 한 정당이 대선 후에 제1야당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탄핵에 앞장 선 대통령을 견제하고 비판할 명분과 당위를 탄핵을 반대한 정당이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국민의힘은 이대로 존재해도 되는가 하는 근본적 회의를 느끼게 되는 이유이다.

넷째, 대선이 이대로 이재명의 독주로 끝나고 한국정치판에 아무런 마중물 역할도 못해선 안 된다. 유승민, 한동훈, 안철수, 이준석 등의 중도보수를 견인할 수 있는 세력이 나와야 한다. 여기에 더해 이낙연, 민주당 내의 비명 등이 이른바 제3지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 중도성향의 인사들이 30-40%에 달하는 무당층과 중도층이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중도정당이 탄생해야 한다.

지금의 거대양당 체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보수와 진보로 포장된 정당들에 포획되어 선택을 강요당하는 30-40%를 담아낼 때 한국정치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개헌으로 정당과 정치가 리모델링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사실상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번 대선은 50일도 남지 않았다. 한국정치의 태생적 역동성에도 불구하고 이 찰나와 같은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재명 대세론과 친윤의 패배주의에 기반한 기득권 유지 기질 등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만약 이 전 대표가 대권을 거머쥔다면 '내란'의 중심 세력은 단호하고 가혹하게 법에 따라 심판하되, 수사 대상을 무한정 늘려서 문재인 정권의 '적폐수사'와 윤석열 정권의 수사 행태 등을 답습해선 성공할 수 없다.

과연 남은 시간 동안 이대로 갈 것인가. 국민의힘은 마지막까지 윤석열과 결별하지 못하는가. 대선을 계기로 새로운 세력의 탄생과 이들에게 제1야당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한 것인가. 이재명은 국민의힘의 수구성에 힘입어 이미 8부 능선을 넘고 있다.

▲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