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재정 투입 등 한 지자체의 역량은 결국 '인구'로 수렴한다.
타 지역에서 주소지를 옮겨오는 전입자가 늘고 있다면 일자리나 주택, 교육 기반 등이 상대적으로 좋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 만 하다. 반면에 다른 지역으로 보따리는 싸는 전출자가 증가한다면 각종 정책을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의 지난해 '전입초과' 골든 크로스 발생과 이로 인한 인구순증은 다른 기초단체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수도권마다 인구의 사회적 감소와 자연적 감소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일군 정책적 성과이어서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익산시의 지난해 말 주민등록상 인구는 총 26만8001명으로 같은 해 9월말(26만7604명)에 비해 397명 증가했다.
전입이 전출을 초과하는 현상이 7년 여 만에 처음으로 발생하며 수년째 인구 감소 행렬에 급제동을 걸었고 급기야 최근 3개월 사이에 400명에 가까운 인구가 늘어나는 '작은 기적'을 일군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중에 전북 전체 인구가 3000명 가까이 격감한 것과 비교할 때 익산시의 놀라운 반전에 해당한다.
익산시의 인구는 '사회적 증가'에서 두텁게 작용하는 데다 '자연적 감소'도 그 폭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쌍끌이 견인'으로 해석할 만 하다.
익산지역 시민단체인 '좋은정치시민넷'에 따르면 익산시의 지난해 전입인구는 총 1만4529명으로 전년(1만3027명)보다 1500명 이상 급증했다.
주로 직업과 주택 문제로 전입해 온 사람이 많았는데 눈길을 끄는 점은 수도권과 충청권 등 이른바 '수·청권'에서 주소지를 익산으로 옮기는 등 '타 시도 전입'이 8215명에서 8483명으로 250명 이상 더 늘어났다는 점이다.
전북 안에서 시·군간 이동의 '풍선효과'가 아니라 다른 시·도의 인구를 빨아들이는 정책적 효과의 단면이라는 분석이다.
익산의 전입자가 1500명 이상 불어나는 사이에 2023년에 1만4980명에 달했던 전출자는 지난해 1만5082명으로 102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덕분에 전입에서 전출을 뺀 이른바 익산시의 지난해 '인구 순이동'은 전년에 비해 1400명이나 증가하는 새로운 모멘텀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의 '자연감소'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익산시의 자연감소 인구는 총 1548명으로 전년대비 208명, 11.8%나 급락했다.
출생아 수는 지난해 총 980명으로 월평균 82명에 육박하는 등 전년보다 상당히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이러다 보니 익산시에서만 전년대비 지난해 출생아 수는 57명이 불어나 전북 전체 증가(205명)의 27.7%를 견인했다. 전년대비 지난해 출생아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시(市) 지역에서 익산시가 월등했고, 군(郡)에서는 완주군이 선두를 달렸다.
비수도권 지자체마다 인구감소의 아우성이 커가는 가운데 최근 3개월 새 400명의 인구가 불어나는 반전의 역사를 쓴 익산시의 비결은 입체적이고 차별화된 정책적 접근의 열매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KTX 익산역이 국내 남·서부권 철도망의 중심인 데다 수도권 접근성도 탁월하다는 점을 활용해 바이오와 식품·홀로그램 등 신성장 동력을 견인하는 전략을 구사했고 수도권 기업과 인구를 흡입하는 상당한 성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홀로그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과 KTX로 1시간대 거리인 데다 중소기업 지원 의지도 강해 1년 전에 아예 본사를 익산으로 옮겼다"며 "주거비용 감소와 삶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어 2030세대 직원들도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식품산업 육성을 통해 수도권 MZ세대가 내비에 '음식'을 치고 익산을 방문하는 풍경이 자리를 잡은 가운데 관련기업 유치를 통한 인구유입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익산시 인구증가의 상당 부분을 '타 시도 전입'이 견인하는 배경 역시 이런 정책의 승리라는 설명이다.
정헌율 시장이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전북특별자치도 최초로 민간 공원 조성 특례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것도 인구증가의 한 요인으로 손꼽힌다.
익산시는 마동공원, 수도산공원, 모인공원 등 3곳을 잇따라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으로 준공해 지역민들로부터 '선물같은 공원'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으며 인구유입에도 적잖은 디딤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심 곳곳에 조성된 숲세권 아파트와 도시공원은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는 소라산공원까지 조성을 마칠 예정이다.
'정헌율 표 정책'의 대표주자인 '다이로움' 지역상품권의 꾸준한 추진도 인구유입을 부르는 휘파람 소리이다.
익산시는 쇠락해 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 활성화의 골격은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막고 역내 소비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보고 '다이로움' 충전 시 20% 지원의 파격적인 정책을 이어왔다.
정부 방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지원 혜택을 10%로 낮췄지만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통해 최고 35%까지 지원하는 등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다이로움' 지원 정책은 소비자와 중소상인의 두터운 신뢰를 낳았고 풀뿌리 경제인 자영업자들이 최소한 장사가 안 돼서 고향을 떠나는 일은 사라졌다"며 "자영업 인구감소에 제동을 거는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시의 인구증가는 '1회성 호재'가 아니다. 정책적 지원을 잘만 활용하면 향후 지속 가능한 중단기적 상승 요인의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우선 당장 올해부터 △힐스테이트 익산(454세대) △제일 풍경채 센트럴파크(1566세대) △자이 그랜드파크(1431세대) △안단테 익산평화(1382세대) 등 대단지 입주가 본격화하는 만큼 '인구 30만명 회복'으로 향하는 길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바이오와 식품, 홀로그램 산업 등이 경쟁력의 불을 뿜으면 자본과 기업과 사람을 담을 새로운 바구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대표적인 '도농 복합도시'인 익산시의 인구가 향후 어떤 변화를 이끌어 갈지 주목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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