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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노동부의 직진은 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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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노동부의 직진은 죄가 아니다

[기자의 눈] 여권 내부 '김영주 흔들기' 유감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주 52시간 노동제'를 둘러싸고 의아한 광경이 빚어지고 있다. 재계와 경제지 등 보수성향 언론의 반발은 제도 시행 전부터 예상됐던 바다. 이상한 것은 정부·여당의 태도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를 지원하기는커녕 '노조 편을 들고 있다'며 노동부장관을 흔들어댄다.

노동부와 집권세력 핵심부 간의 본격적 파열음은 지난달 25일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무능한 부처의 "대표적인 사례"로 노동부를 꼽았다. 홍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장관에게 몇 번이나 '최저임금 문제를 설명 좀 하라'고 했는데, 장차관이 (노동계를) 이해시켜야 했는데 안 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노동계 반발은 지난 5월 28일 국회가 최저임금법을 개정함으로써 시작됐다. 이는 홍영표 원내지도부의 첫 '성과물(?)'이었지만, 바로 직전 원내대표였던 우원식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던 사안이다. 민주당 소속 강훈식·기동민·김해영·민병두·박홍근·설훈·손혜원·어기구·우상호·위성곤·이인영·이학영 의원이 기권하는 등 표 이탈도 있었다. 이수진 민주당 노동위원장은 본회의 다음날 항의 표시로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일리 있는 반발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을 이루겠다는 정책을 폈다. 그러자 재계와 보수야당은 '최저임금 인상이 너무 급격해 중소기업·자영업자 등 고용주들이 너무 힘들다'며 아우성을 쳤다. 결국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한 조치가 최저임금법 개정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노동계로부터 원성을 산 홍 원내대표가 김영주 장관에게 노동계를 달래라라고 공개 질책하는 장면은 기이할 정도다.

주52시간 노동제를 둘러싼 논란도 똑같은 모양새다. 홍 원내대표는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박용만 상의 회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주 52시간 노동제 시행과 관련해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미 처벌 유예 기간을 6개월로 늘려 주 52시간 노동제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었다.

김동연 부총리도 같은날 국민경제자문회의 국제컨퍼런스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시장의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탄력근로제 기간 연장은) 얘기를 해 봐야 할 사안이지만 그럴 필요성도 있다"고 가세했다.

그러자 김영주 장관은 6월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탄력근로제에 관한 것은 산업과 기업마다 다를 수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다 6개월(로 연장)을 하면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고 굽히지 않았다. 52시간 노동제 시행을 어떻게든 무력화시키려는 기업들의 '집단적' 반발을 감안하면, 노동부 장관으로서 제도 안착을 위한 이 경고는 시의적절했다.

이처럼 김영주 장관이 완강한 태도를 보이자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이 민주당 내부 목소리를 빌어 들고 일어섰다. 3일 <조선일보>는 "김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 "김 장관이 노동계 목소리만 대변하면서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 이럴 거면 장관직을 내놓고 말해야 한다"는 민주당 관계자들의 발언을 보도했다. 같은날 <중앙일보> 역시 민주당 관계자들이 "정치인 출신 장관 중 가장 안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이쯤 되면 물러날 때가 된 것 아니냐"거나 "김 장관이 노조 출신이어선지 지나치게 노동계에 경도돼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기자 기명칼럼에서 주52시간 노동제 시행 입장을 고수하는 노동부에 대해 "후진 기어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무조건 앞으로만 나아가려는 행보", "무조건 노동계 입장만 대변해주는 모양새"라며 "노조 출신 장관이라서, 향후 정치인으로서 야망을 위해서라는 등의 이야기가 노동부 주변에서 나오는 이유"라고 맹비난했다. 조만간 있을 개각에 노동부 장관 자리도 포함될 거라는 설까지 지면을 타고 있다.

김영주 장관의 고립은 전교조 문제에서도 드러났다. 지난달 19일 김 장관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다음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이례적으로 나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직권 취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하는 일도 있었다. 여당과 청와대가 일제히 '김영주 노동부'를 흔든 셈이다.

이는 모두 김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에 어긋나는 조치를 취했을 때나 나올 법한 장면들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전교조 합법화는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사안들이다. 주무부처 장관이 공약 이행을 위해 '직진'했다고 내부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셈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청와대와 정부부처 사이에 경제정책 노선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가 기업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자주 소통하고 기업 애로를 청취해 해소하라"는 지시도 했다. 이런 분위기가 노동부 장관에게 노동계 목소리를 수렴한 '죄(?)'를 묻는 배경이다.

그나마 문 대통령이 3일 오후 한국노총·민주노총 위원장과 면담을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노동계와 만났다는 것 외에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정권이 노동계와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청와대 경제수석 교체에 이어 곧 조만간 있을 개각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와 여권 내부에서 동시에 경질하라고 아우성치는 김영주 장관의 거취에 문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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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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