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처럼 농사일을 해 보고 싶어 귀촌한 지 3년째다. 헛간 벽에 걸린 말라빠진 코뚜레를 볼 때마다 생전의 아버님 삶을 생각하게 된다. 농사일 경험 없어 보들보들하던 내 손이 가을이 되면서 조금씩 트기 시작한다. 트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엄지와 인지, 중지 손톱 양 끝이 갈라지면서 좀처럼 붙지 않고 아프다. 낫질이나 화목을 조금 하고 나면 튼 곳이 더 파져서 밤잠을 설치게 된다. 시중에 나오는 핸드크림을 듬뿍 발라도 별 효과가 없다."
송유창 작가(김해 진례 출신·육사 31기·제9공수 여단장)는 "수필 <아버님의 손>이 등단이라는 이 기쁜 소식을 아버님과 어머님의 영전에 가장 먼저 바치고 싶었다"고 했다.
송 작가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한 후 34년간 국가에 헌신한 군 생활과 가족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 글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송 작가는 또 "국가에 오직 충성하고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는 장교들의 국가관과 사명감의 원천이 무엇이며 내면적 애환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송 작가는 "위관 장교로서 ‘10.26, 12.12 사태’를 현장에서 겪었다"며 "흥미 위주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歪曲)하는 부분도 없잖아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자전적 에세이’로 유연하게 적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 나르는 아가씨가 아버님 앞에 커피잔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자, 아버님은 손을 내밀어 설탕을 집으셨다. 그 순간 처녀 측의 어머니가 아버님의 튼 손을 보고 움찔하며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걸 본 나는 오히려 태연하게 아버님 커피잔에 설탕을 넣어드렸다."
송 작가의 글은 고향을 찾아가고 추억을 음미하는 내용이 많다. 그 중심에는 생전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리하고 있다.
"도회지에 살면서 농촌을 이해하는 처녀를 만났으면 하였던 나는, 아버님이 농부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긴 적이 없다. 그 손이 우리 5남매를 반듯하게 키웠으며 나 또한 대한민국의 육군 장교가 되지 않았던가."
그의 글은 못다한 효에 대한 자책과 본향을 찾아가는 뿌리의식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것.
"아버님은 40여 년 넘게 농사를 지으셨으며, 그러다 보니 손은 사시사철 성할 때가 없었다. 어릴 때 나는 ‘아버님의 손은 원래부터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손가락 마디엔 궂은살이 박혔으며, 튼 마디는 병아리 입만큼 벌어졌고 옆으로는 주름이 수없이 그어져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은 겹겹이 쌓였다는 뜻이다.
송 작가는 "무(武)로 평생을 국가에 바친 사람이, 문(文)을 깨우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면서 "글마다 ‘주제·형상화·연결성·구조·화소·사유...’ 같은 것들이 늘 뒷골을 눌렀다"고 밝혔다.
송유창 작가는 "겨우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하였는데, 당당하게 걸음마를 해보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하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꿈꾸던 글쓰기, 하루하루와 순간순간, 삶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