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나는, 노트북을 열어 부음 기사를 쳤다. 어머니의 죽음, 나의 모친상. 어머니가 별세한 일자·장지·발인·상주·연락처를 내 노트북 키보드에 두드려서 기사를 완성했고 내가 몸담은 신문사와 유력 통신사를 향해 엔트키를 눌렀다. 신문기자를 하는 동안 내게 일어난 가장 비통한 기사를 쓰면서도 남 이야기하 듯 사무적으로 두드리고 있는 아이러니에 맞닥뜨려 있었다."
김해 백남경 수필가의 제10회 '진등재문학상' <그해 그 숨결을 품은 바람> 수상 작품이다.
<그해 그 숨결을 품은 바람>은 어머니의 임종에서 무덤까지를 이야기하면서 삶과 죽음과 생명의 뿌리를 추적하며 형상화 했다.
"저승의 삶이 있다면, 이가 없어 잇몸으로 사시면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어머니 머리맡에 있던 틀니를 입안에 고이 끼워드렸다."
어머니와의 사별이라는 체험을 내면화 한 글이다.
"지난 밤에는 숨만 거두었지 분명 살아있는 사람처럼 인자하고 온화했었는데, 하룻밤 새 어머니의 입가엔 혈흔이 굳어있었고 이별하기로 결심한 사람처럼 싸늘했고 차가웠고 완전 딴사람이 돼 있었다."
주제를 향해 나아가는 구성의 탄탄함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다.
"나이를 먹어도 한 번 막내는 두고두고 막내다. 출생의 순위가 퍼스널리티를 결정한다는 연구결과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인지 내 나이 마흔 무렵 될 때까지도 내가 어머니와 분리된다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자주 몸져누워 어쩌면 요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순장(殉葬)을 각오하기도 했다."
문장의 촘촘함과 뜨거움이 여겨지는 대목이다.
백남경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어머니의 임종에서 무덤까지를 이야기하면서 삶과 죽음과 생명의 뿌리를 추적해 보았다"며 "생(生)의 막다른 골목길이라 할 수 있는, 죽음의 세계에,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 보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생명과 죽음은 한 줌의 재·한 줌의 흙·한 줄기의 바람에서 비롯되고 종결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백 작가는 "33년 동안 신문기자를 하면서 2만여 건의 기사를 적어 세상에 내보냈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와각지쟁(蝸角之爭)과 같은 사람 사는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백 작가는 또 "어머니의 임종에서 무덤까지를 이야기 그것은 제 안이 아닌 제 바깥의 이야기였고 비 문학의 글이었다"고 하면서 "이제는 뉴스를 쫓아가는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영원한 현재를 꿈꾸는 문인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백남경 작가는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부산대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부산일보 기자로 정년 퇴임한 후 김해에서 '백남경수필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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