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우크라이나 등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등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는 사전에 대통령실에서 미국과 조율해온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미리 내용을 공유했는데도 미국과 나토가 이같은 대응을 보인 것이라면, 해당 사안을 두고 한미 간 입장 차가 분명하게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국가정보원이 18일 북한군 전투부대 파병을 보도자료로 발표했는데 나토와 미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18일에 국정원 또는 대통령실에서 관련 내용을 공개하기 전에 제가 알기로는 그러한 사실들을 미국과 공유하고 조율해 온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앞서 18일 대통령실은 북한군의 전투병이 러시아에 파병된 것을 사실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이어 국가정보원은 북한군의 동향 등이 담긴 보도자료 및 AI 기술을 통한 얼굴 식별이 가능하다는 참고자료 등을 배포하며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췄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17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약 1만 명을 러시아에 파병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정보가 있다"며 한국과 유사한 주장을 했다.
그런데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주장과 달리 미국과 나토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군 파병 주장을 했던 당시 마르크 뤼테 나토 사무총장은 "북한 군인들이 전투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또 한국 정부의 발표 이후인 19일(현지시각)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역시 북한군의 파병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보냈다는 보도를 확인할 수 없다며, 사실이라면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한미 양국의 판단이 다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및 전선 투입 등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전 중인 국가에는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155mm 포탄 지원을 열어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전 대변인은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 일일이 확인해 드릴 것은 없다"며 "전반적으로 저희가 가능성을 열어 놓고 필요한 부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런데 전 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취하는 조치의 부작용이나 이후 생길 일 보다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그에 대한 문제점을 강조하고 있어,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등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대응할 때 북한의 파병 규모를 키우거나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기술 지원 등이 강화되는 결과 등을 감안해서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어떤 조치를 취하고 그 이후에 일어날 결과를 걱정하기에 앞서 지금 어떤 대응을 해야 될 필요성이 생긴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적 행태를 보셔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전 대변인은 한국의 155mm포탄 및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에 깜짝 방문한 것 등이 북한의 참전을 유도했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이 지난 19일 국방성 대변인을 통해 평양 상공에 진입한 무인기가 남한군이 공개한 '원거리 정찰용 소형드론'과 유사하다며 남한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확인해 드릴 것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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