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북한이 공개한 철도‧도로 폭파 장면 사진 중 한 장에 대해 해외 언론들이 보도한 영상을 캡처해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해당 영상은 남한의 합동참모본부가 제공한 영상이어서, 사실상 남한의 영상을 사용한 셈이 됐다.
18일 김 부부장은 본인 명의의 담화에서 지난 15일 철도‧도로 폭파 이후 17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사진 3장 중 한 장에 대해 "미국 NBC방송, 폭스뉴스, 영국의 로이터통신과 같은 세계의 각 언론들이 보도한 동영상중의 한 장면을 사진으로 썼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한 각도에서 우리가 찍을 수가 없는 것이고 또 구도상으로나 직관적으로 보기에도 좋고 우리의 의도에 썩 맞더라니 쓴 것이다"라며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17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북한이 남한군에서 촬영한 사진과 동일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는 질문에 "북한 공개 보도를 현재 분석 중이고 합참이 공개한 영상을 북한이 무단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답했다.
합참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나 영상을 캡처해서 보도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북한 내부 사정인 것인데 만약에 그쪽 지역에서 사진을 못 찍었거나 잘못 나왔거나 하면, 북한 주민에게 알리긴 알려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무단으로 도용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부부장은 "한국은 이때까지 우리의 소식을 보도할 때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들과 동영상들을 쓰지 않았는가. 그러면 한국언론이 그러한 자료들을 도용해서 보도할 때 무슨 국제법과 저작권침해에 저촉되지 않아서 썼는가"라며 자신들만 무단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초보적으로 조사한데 의하면 이번에 <연합뉴스>와 <경향신문>을 비롯한 괴뢰언론들도 무리지어 우리가 촬영하여 공개한 두장의 폭파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하여 보도하였다"며 "국제법이 그토록 잘 적용되는 한국에서 언제 우리 승인을 받았는지 알아보아야 할 문제인듯 싶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김 부부장의 주장과는 달리 한국 언론들은 북한 매체의 영상이나 사진을 사용할 때 그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또 김 부부장이 사용했다는 해외 언론에 등장한 영상 역시 출처가 합참에 있음을 표시했다. 하지만 <조선중앙통신>은 합참이 제공했다거나 해외 언론에서 사진을 가져왔다는 등의 출처 설명을 하지 않은 채 마치 자신들이 촬영한 듯 사진에 통신의 이름을 넣었다.
이날 담화에서 김 부부장은 "나라의 안보를 지킨다는 합동참모본부가 직분에도 맞지 않게 사진 따위나 만지작거리면서 망신하지 말고 우리 공화국의 주권과 안전에 엄중한 위해를 끼친 중대주권침해도발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규명 하라"라며 평양에 침투한 무인기가 남한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이어가기도 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군대는 대한민국이 타국이며 명백한 적국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똑바로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우리는 이틀 전 한국령토와 련결되여있던 도로와 철길들을 완전히 파괴단절하였다고, 이것은 단지 물리적페쇄만의 의미를 넘어 세기를 이어 끈질기게 이어져온 서울과의 악연을 잘라버리고 부질없는 동족의식과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인 인식을 깨끗이 털어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통신은 "앞으로 철저한 적국인 한국으로부터 우리의 주권이 침해당할 때에는 우리 물리력이 더 이상의 조건여하에 구애됨이 없이, 거침없이 사용될 수 있음을 알리는 마지막선고나 같은 의미이라고, 우리가 이미 천명한대로 만약이라는 전제조건하에서 우리의 공격력이 사용된다면 그것은 동족이 아닌 적국을 향한 합법적인 보복행동으로 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통신과 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지도를 펴놓고 어딘가를 가리키는 모습이 연출됐는데, 지도 윗 부분에 '서울'이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보이는 것을 두고 서울 공격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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