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명태균 공천개입' 의혹을 꺼내들며 감사원을 압박했다. 야당은 또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에 대한 부실 감사 의혹을 제기하며 "김건희 여사가 관련이 있을 것 같으니 이렇게 덮은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지만, 감사원은 "국민들도 저희들 감사결과보고서를 보시면 이해하실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15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을 향해 "(명태균 씨가 윤석열 대통령 측에) 여론조사를 50번 해줬는데 '3억 6000만 원을 받아 올게' (라고 했지만) 그런데 안 준 모양이다. 그래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대가로 줬다는 것"이라며 "(사실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선거개입, 공천개입이다. 그래서 당선 무효"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이어 이날 오전 명 씨가 본인 페이스북에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자료로 제시하고 "누구랑 누가 카톡을 주고 받는 건가, 읽어보라"고 최 원장을 압박했다. 최 원장이 "꼭 제가 읽어야 하나" 반문했지만 서 의원은 "(명 씨가) 누구랑 카톡을 주고 받는 건가" 재차 추궁했다.
이에 여당 측 의원들이 반발하자, 서 의원은 "김건희 여사하고 명태균 씨가 주고받는 카톡 내용"이라며 직접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서 의원은 "김건희와 명태균의 비밀 카톡이 왜 세상에 나오는 건가" 물으며 "이게 야당에서 나오는 건가. 자기네끼리 주고 받은 모든 내용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야당은 감사원 차원에서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을 감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최 원장은 이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남기지 않았다.
앞서 명 씨가 카카오톡 대화방 사진을 공개하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명태균 카톡에 등장한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 여사의 친오빠"라며 "당시 문자는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일 뿐"이라고 해명했는데 이 해명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바이든 날리면'과 똑같은 말도 안 되는 해명"이라며 "선거 전에도 후에도 사실상 대통령은 김건희였음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특히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 결과가 왜 이럴 수밖에 없었는지,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감사인지, 왜 이렇게 결과가 나왔는지 여실히 드러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와 명 씨 간 대화내용을 토대로 이날 감사의 핵심 의제였던 '대통령 관저 이전 부실감사 의혹'에도 힘을 실은 것이다.
野, '관저 이전 의혹 부실감사' 의혹 공세 … 최재해, 무속인·김건희 연루 의혹에 "왜 위법인지 모르겠다"
이날 야당 감사위원들은 감사원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에 참여한 업체인 '21그램'에 대한 감사를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최 원장은 업체선정 과정에서의 김 전 대표 연루설, 관저 선정 시 무속인 개입 의혹 등에 대해 "키포인트가 아니다", "왜 위법인지 모르겠다"는 등 답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21그램은 김 전 대표의 코바나콘텐츠 주최 전시회 후원사로, 앞서 감사원은 이 업체가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에서 특혜 수주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국민감사청구로 감사에 착수한 바 있다. 야당은 해당 감사 과정에서 감사원이 감사 대상·기간 및 디지털포렌식·계좌추적 등 증거물 수집 방식을 의도적으로 축소해 진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의 디지털포렌식이 폭증했지만, 관저 이전 의혹에는 디지털포렌식이 단 한 건도 시행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지적하며 "봐주기 감사다. '혹시 이걸 했다가 덮을 수 없는 게 나오면 어떻게 하나' 두려워서 못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최 원장은 "자료협조가 안 될 때 포렌식을 들어가게 된다"며 "그런데 제가 보고 받기로는 (자료협조가) 충실히 잘 됐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다시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디지털포렌식을) 안 했잖나" 되물었지만, 최 원장은 "21그램 추천은 이번 감사에서 키포인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김건희 여사가 21그램을 (이전 공사 업체로) 선정하는 데 뭔가 영향을 줬을 것 같지 않나", "선정하는 데 영향 주지 않았나" 물었지만, 최 원장은 다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만 답했다.
박 의원은 의혹 관련 업체인 21그램, 원담, 에스오디자인 등의 사례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사례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런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 (감사원이) 왜 고발을 안 했나" 묻기도 했다. 최 원장은 "업체를 제재토록 소관부처에 (지시했다)"고 했다. 박 의원이 "수사의뢰나 고발하신 적이 없잖은가" 재차 추궁하며 "(해당 의혹이) 중대한 범죄는 맞는가" 묻자, 최 원장은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했다.
'감사원이 감사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했다'고 주장한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관저 결정 과정에서) 왜 무속인들이 현장을 오갔나, 누가 개입한 거냐, 이 국정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무속인이 관여한 거냐, 김건희가 관여했냐(가 중요하다)"며 "무속인 개입, 민간인 개입이 위법 아닌가" 묻기도 했는데, 최 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위법인지 모르겠다"며 "(관저를) 어디로 갈 거냐 하는 부분에 대해선 상당한 의사결정의 재량권을 갖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의혹 업체인 21그램을 선정한 공무원은 김 전 대표가 아닌 관리비서관이며, 이미 조치를 끝냈다는 게 최 원장 측 주장의 요지다. 서영교 의원은 "그러면 관리비서관을 고발해야한다. 관리비서관은 뭘 믿고 21그램을 추천 받은 건가" 물었지만 최 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고발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했다. 서 의원이 "감사원이 정권의 입맛에 맞게 했다는 얘기"라고 반발하자 최 원장은 다시 "과거에 했던 관례나 기준대로 (처리한 것)"이라고 맞섰다.
관련해 이건태 의원은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다"고 최 원장을 질책하자, 최 원장은 "국민들도 저희들 감사결과보고서를 보시면 그렇게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을 한다"며 "위원님 말고 또 다른 국민들이 많이 계신다"고 날을 세웠다.
한편 이날 여야는 야당이 요청했지만 감사원이 운영규칙을 사유로 제출하지 않은 대통령실 관저 이전, 감사원 특수활동비 등 감사 관련 감사위원회 회의록 등 자료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감사원의 운영규칙보다 국회 증언감정법(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 위에 있는 만큼 법률을 지켜야 한다"며 최 원장에게 자료제출을 요청했지만, 최 원장은 "회의록이 공개됐을경우 (감사)위원들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고 거부했다.
여당 측은 야당의 해당 자료제출 요구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야당은) 회의 자율성과 회의 결정 과정에서의 여러 비밀 보장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지난 14일) 공수처에 자료 제출 요구를 안 하다가 오늘 감사원에선 똑같은 형태의 감사위원회 회의록을 제출하지 않은 걸로 국회 증언 감정 및 규정을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은 관저 이전 의혹 관련 회의록 공개 요구에 맞서 '문재인 정부 당시 의혹들에 대한 감사회의록도 공개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본인 질의를 통해 문재인 정부 당시의 △집값 통계 조작 의혹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 조작 의혹 △신재생에너지 관련 감사 △홍남기 경제부총리 국가채무비율 조작 의혹 등을 제기하며 "모두 동일하게 회의록 제출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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