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두 달 만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일하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7일 이 위원장이 보수 유튜브 방송 출연 중 패널들과 함께 '보수 여전사 이진숙'이라고 외치며 건배한 장면을 자료화면으로 제시하며 "무슨 선거 출정식 같다. 이제 선거판에 나가기고 작정한 것이냐?"라고 묻자, 이 위원장은 "저도 저 자신을 탄핵 심판에서 방어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위원장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지난 8월과 9월 각각 1300여 만이 넘는 월급이 지급됐다며 "시급으로 계산하면 170만 원"이라고 지적하자, 이 위원장은 "저도 일하고 싶다"며 "저는 자발적으로 뛰쳐나온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의 유튜브 방송 출연과 관련해서는 여당에서도 "탄핵 중"이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유튜브 방송 출연이 탄핵 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듯 "지금 탄핵 중인데"라며 "논쟁이 될만한 얘기는 좀 삼가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주의를 줬다.
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이 위원장의 법카 불법 사용 관련 고발 등 이 위원장에 대한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관련해 "(이진숙-김태규) 불법 2인 체제 의결 단 한 번에 2640만 원이 한 순간에 날아갔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소송은 "닭이냐 달걀이냐 이런 문제"라고 일축하며 "탄핵 관련 변호인 비용은 제가 개인적으로 부담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같은 당 정동영 의원은 검찰 수사관, 경찰 수사관, 감사원 감사관, 국세청 조사요원 등 방통위에 파견됐거나 현재 파견 근무 중인 사정기관 관계자 17명을 국감 증인으로 출석시킨 뒤 "방통위가 특별수사본부로 전락했다"며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도 이렇게 대량으로 사정기관원이 방통위에 진주한 적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방통위를 이렇게 특별수사본부로 만들어놓는 것이 이 정권의 권력 운용 방식이다. 이걸 '연성 독재', '연성 파시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당초 직무 정지를 사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낸 이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이 동행명령장 발급을 요청하며 이 위원장의 출석을 거듭 요구하자 이날 오후 3시께 출석했다. 김태규 방통위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국감에 출석했으나 개인적 사정으로 오후 국감에는 불출석했다.
방통위 산하기관장들, "김건희 여사와 가까워서" 임명?
야당 의원들은 이 위원장의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과 민영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사장 임명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 위원장은 국회 탄핵 직전인 지난 8월 1일 최 이사장과 민 사장을 임명했으며, 이에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알박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이 위원장이 자신이 회원으로 있던 보수 언론단체(공정언론국민연대)의 대표를 방통위 산하기관의 장으로 임명했다며 "본인이 속한 단체나 법인으로부터 2년이 경과하지 않은 시점에 인사를 한 것은 이해충돌방지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최철호 이사장은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추천한 방송문화진흥원 이사 선임에도 이해충돌방지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최 이사장에게 국민권익위원회가 최 이사장의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활동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결론 내린 것을 언급하며 "공언련 출신이 '셀프 심의를 했다'고 권익위로부터 처분을 받았지 않느냐"라고 추궁했다. 최 이사장은 "처분은 받지 않았다"며 "그건 정확하지 않은 말이다. 방심위가 조사해서 결정을 하라고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22대 총선 선방위는 에스비에스(SBS)가 '김건희 특검' 관련 소식에 '여사'라는 호칭을 생략하고 문화방송(MBC)이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를 파란색 숫자 '1'로 전달했다며 행정지도(권고)를 결정하는 등 기구 출범 이래 가장 많은 30건의 법정 제재를 의결했다. 최 이사장은 선방위원 당시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평범한 가정주부'에 빗대며 "거절하기 민망해서 선물을 받았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방송에 나와서 청탁성 뇌물을 받았다고 떠들면 얼마나 당혹스럽고 참담한 상황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또 이 위원장에게 "민영삼 사장이 평상시 무슨 광고 판매 대행과 관련한 전문성이 있어서 임명한 것인가"라고 질의하자 이 위원장은 "제 직무와 관련한 것이기 때문에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 의원은 민 사장에게 "'김건희 여사 하고 많이 가깝다' 그런 얘기가 있는데 사실인가"라고 물었고 민 사장은 "전혀 가짜뉴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다시 한번 "김건희 여사 편에서 정치적 발언을 많이 했는데 그건 틀린 이야기인가"라고 물었고 민 사장은 "정치 평론가로 활동할 때 객관적인 저의 판단"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편에서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읽고 씹고 배신 하고 배은망덕한 그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측을 공격한 대가로 공공기관의 장으로 임용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과방위에서는 네이버가 "언론사의 저질 연성 기사 경쟁을 부추기고 있"(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으며 "(뉴스를) 전혀 생산도 안 하면서 실제로 뉴스를 열심히 생산하고 있는 언론사를 '줄 세우기'한다"(민주당 조인철 의원)는 비판이 제기됐다. 구글·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의 법인세 회피 및 망 사용료 지불 거부도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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