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배추 최대 주산지 해남군이 주목받고 있다. 가을배추의 본격 수확을 앞둔 현 시점에서 해남 배추의 적정 출하량 여부가 배추값 안정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해남은 전국 가을 배추의 15%, 겨울 배추의 63%를 공급하는 주요 생산지다. 배추 재배 면적만 약 4299㏊에 달하며, 이는 전국 배추 재배 면적의 25.7%를 차지해 김장철이 다가오면 해남 배추 작황이 주요 관심사이다.
하지만 9월 중순 내린 극한호우로 인해 해남군 배추밭의 14%에 해당하는 약 600㏊가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해남군의 배추 생산량은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 연간 37만~40만톤의 배추를 생산하던 해남군의 생산량은 1만~1만5000톤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의 이야기는 더욱 절박했다.
지난 2일 해남군 문내면 석교리에서 만난 배추농가 박원심씨(74·여)는 "50년 넘게 농사를 짓는 동안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며 "비가 왔을 때는 배추 걱정에 집에서 눈물만 흘렸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가을배추는 이미 정식한 지 한 달 정도 지나, 잎이 겨울배추보다 더 많고 푸르게 자라난 상태지만 겉만 번듯할 뿐 속은 이미 썩었거나 기형이 된 배추들이 많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실제로 박씨가 보여준 배추는 겉은 멀쩡해 보였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썩어 있거나 앙상했다.
석교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다른 농민들도 비슷한 상황을 설명했다. "폭염·폭우 이중고에 올해 배추는 기형이거나 속이 곯아서 몇 포기 건질 게 없을 것 같다"며 한목소리로 한탄했다. 생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배추는 잎이 동그랗게 감싸지는 결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상품성이 없다고 한다.
실제 이곳 배추밭을 둘러보니 얼핏 보기에는 푸르게 자란 배추들이나 가까이 다가가니 속은 썩어 있거나 결구가 되지 않은 기형 배추들이었다. 특히 피해가 큰 밭에서는 배추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고 잎이 앙상하게 남아, 마치 상추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해남군은 배추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 지원단을 파견하고, 영양제 및 병충해 방역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배추 생육 관리에 만전을 기해 남은 배추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김장철 배추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겨울배추의 수확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9일 해남을 방문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배추 농가의 어려움을 직접 점검하고, 배추 수입이 필요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해남군은 이번 폭염·폭우 재해와 관련해 정부에 농업재해 선포를 요청하고, 배추밭 전면적에 대한 영양제 공급을 위한 국비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배추 추가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요청을 공식적으로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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