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임명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HRW는 24일 논평을 내고 "평등권을 향한 한국의 노력이 안 위원장의 임명으로 엄청난 차질을 겪게 됐다"고 밝혔다.
HRW는 "헌법재판관 출신인 안 내정자는 특히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LGBT)에 대한 차별 금지 보호에 반대해 광범위한 비판을 받아왔다"며 "공교육에서의 성교육을 반대하고 차별금지법이 에이즈와 항문암을 확산시킨다고 주장하며, 동성애가 공산주의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지난 몇 년 동안 문제가 많은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청문회에서 이러한 견해를 되풀이하며 소수의 권리를 다수의 관점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HRW는 "윤석열 대통령은 시민사회 단체의 강력한 반대, 우려스러운 인사청문회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자를 임명했다"며 "소수자 인권에 관한 취약한 전력이 있는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지체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HRW는 "인종, 성별, 나이, 장애, 종교,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및 기타 특성에 따른 부당한 대우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서 차별 금지 보호가 시급히 필요하다"면서 "한국과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없는 유일한 두 나라"라고 지적했다. 또 "유엔 인권위원회는 한국에 차별금지법의 통과를 촉구하고 여러 소수자 집단의 지속적 차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인권위는 지난 20여 년 동안 차별을 조사하고 차별금지법을 옹호하는 등 소수자 인권의 중요한 수호자 역할을 해왔다"며 "그러나 차별금지법에 대한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번번이 실패해 왔다"고 했다.
HRW는 "안 위원장이 새로운 역할(인권위원장)을 맡게 된 만큼 본연의 임무가 훼손되는 것을 막고 대한민국의 인권 의무를 지켜나가야 한다"면서 "차별 금지에 대한 약속에서 후퇴하는 것은 평등에 대한 한국의 진전에 치명적인 후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6일 10대 인권위원장으로 취임한 안 위원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지난 3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됐다. 이에 야당은 안 후보자의 종교 편향 등 논란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 반대했으나, 윤 대통령은 국회 동의 없이 이날 임명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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