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비가 오면 불안감을 넘어 무섭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함라면 주민들은 21일 새벽까지 비가 쏟아지자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전날부터 21일 정오까지 함라면에 내린 누적강수량은 224.5㎜로 전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 전북 평균 누적강수량이 136.5㎜였다.
전북에서 많은 비가 왔다는 군산 산단(177.0㎜)이나 남원 뱀사골(164.5㎜) 등지도 함라면 강수량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었다.
이곳은 지난 7월 12일 시간당 100㎜ 이상의 극한호우가 내리는 등 하루 만에 400㎜가량의 폭우가 쏟아져 엄청난 피해를 봤던 지역이다.
당시 함라면과 웅포면에 있는 높이 240m의 함라산이 망가졌고 인근의 논밭은 아예 거대한 바다로 변해 농민들의 타격이 심했다.
비만 오면 전북 최고치를 기록하니 "비가 무섭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0일부터 내린 비는 다행히 이틀에 걸쳐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아 일부 농작물 도복 피해만 입은 상태라고 농민들은 전했다.
함라면 주민 2명이 21일 새벽에 긴급히 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강우 속에 아직 큰 피해는 없는 상태라는 말이다.
정희태 함라면 재해대책위원장은 "아침에 면 지역 곳곳을 순찰한 결과 다행히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난 7월의 극한호우로 함라산 기슭에 계곡과 같은 물길이 생겨 빗물이 잘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월의 수마에 할퀴어 산 기슭 곳곳에 깊게 패인 상흔이 되레 빗물을 빨리 흘려내려 보내는 물길 역할을 해 주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함라산 밑에 있는 수동마을 등 주민들은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
목재 팰릿 수요가 많았던 지난 2022년 이후 함라산에서만 10만평 가량의 벌목이 이뤄져 올 7월의 집중호우가 재발할 경우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걱정이다.
정 위원장은 "이번 호우는 지난 7월의 극한폭우와 같이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아 물 빠짐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극한호우가 또 오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 아니냐"며 "주민들은 기후변화로 감당할 수 없는 폭우가 다시 쏟아질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라면의 한 주민은 "호우로 산사태 위험이 있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달라는 재난문자를 받으면 고맙기도 하지만 재난문자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엄청난 폭우가 내릴 것에 대비한 시스템적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라면 주민 외에 지난 7월의 물폭탄으로 많은 피해를 본 지역의 주민들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개월 전에 물폭탄을 맞아 초토화됐던 완주군 운주면 주민들은 "올들어 벌써 두 차례나 수해 피해를 입었다"며 "한번만 더 수해 피해를 입으면 이제는 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운주면의 한 주민은 "주택피해 재난지원금이 300만원 가량 나왔다는데 그 금액으로는 뭐하나 제대로 바꿀게 없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전북자치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0일부터 내린 호우로 전북에서는 도로 침수 3건에 벼 도복과 원예작물 침수 등 총 762.2ha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