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딥페이크 성범죄물에 대해 지난 7월까지 단 한 건도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지난 6월 초 수사의뢰 계획을 밝히고도 두 달 넘게 손을 놓고 있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엄정 대응을 지시한 지난 달 말에야 처음 수사의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심위가 지난 달 말 이후로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와 관련해 텔레그램과 핫라인 구축에 나서는 등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그 전까지는 시정요구에 그쳐 추가 범죄 확산을 차단하는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프레시안>이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방심위의 '디지털성범죄 정보 수사의뢰 요청 현황'에 따르면, 방심위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성적 허위영상물(딥페이크 성범죄물)에 대해 경찰에 수사의뢰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른바 '몰래카메라'로 불리는 불법촬영물에 대해서만 4회, 총 6건을 수사의뢰했다.
방심위가 올해 처음으로 수사의뢰를 한 것은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딥페이크 등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주문한 지 이틀 만인 지난 달 29일이다. 이전까지 단 한 건도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던 방심위는 이날을 기점으로 하루이틀 간격으로 2주 만에 38건을 수사의뢰했다.
방심위는 수사의뢰 기준과 관련해 "유포자의 개인정보 등을 파악(국내 서버 등)할 수 있거나, 미성년자 등 디지털성범죄정보로 인한 피해자의 보호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경찰청에 디지털성범죄정보 유포자 및 해당 사이트(운영자 등) 등에 대한 수사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심위는 비슷한 시기인 지난 달 말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발표했다. 27일에는 '디지털 성범죄 24시간 신고' 배너를 홈페이지에 설치한 데 이어 다음 날인 28일에는 류희림 방심위원장 주재로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모니터링 인력 확대(기존 6명→12명), △텔레그램 측에 즉시 삭제 요청, △악성 유포자 경찰 수사 의뢰 등의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방심위는 그러나 불과 두 달여 전인 지난 6월 5일에도 유사한 대응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방심위는 당시에도 '중점 모니터링'과 '악성 유포자 수사 의뢰'를 통해 경찰과 공조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방심위가 지난 6월에 수사의뢰 등 딥페이크 대응 방안을 발표한 것은 지난 5월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이 알려진 데 따른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이같은 대응 방안 발표 이후로 인하대 사건, 초·중·고 딥페이크 성범죄가 줄줄이 터졌음에도 수사의뢰를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훈기 의원은 "류희림의 방심위는 딥페이크 심의 건수가 크게 급증하는 등 이미 문제가 심각해졌지만, 올해 7월까지 단 한 건의 수사의뢰도 요청하지 않는 등 국민을 위해 방심위가 반드시 해야 할 임무들을 방치하고 있었다"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8월 말 이후에 며칠 만에 수십 건의 수사의뢰를 한 것만 보더라도 방심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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