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18 민주화운동으로 해직된 기자 등에게 17년 전 기준표로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정하자 언론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8차 민주화보상 심의를 진행 중인 광주시 보상심의위원회에 17년 전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으로 만든 '생활지원금 기준표'를 심의지침으로 내려보냈다.
이 기준표에 따르면, '1단계 해직기간 2년 미만 293만원부터 24단계 24년 이상 5천만원까지'로 되어 있다. 2007년 만든 민주화보상법과 부마항쟁보상법 시행령 기준표를 17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80년해직언론협의회는 관련해서 지난 8월 7일 보상지원위원회 위원장인 국무총리, 행정안전부장관, 보상심의위원회 위원장인 광주광역시장 앞으로 “행안부 24단계 생활지원금 기준표가 17년 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 공문 ‘5.18민주화운동 제8차 보상심의에 대한 80년해언협 입장’을 내용증명으로 보냈다.
공문에 보상신청에 참여한 강제해직 언론인 102명 명단도 별첨했다.
80년해언협은 이 공문에서 "행안부 24단계 생활지원금 기준표와 광주시 보상심의위 심의기준 중 문제되는 것은 두 가지"라며 "첫째는 행안부가 17년 전 만든 '생활지원금 지급기준표'를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그간 물가인상률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조처"라고 주장했다.
또한 "둘째는 1988년 창간한 <한겨레> 등 동종 직종 근무기간을 해직기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여야가 합의해 2022년 통과시킨 8차 5.18민주화운동보상법 개정의 입법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24단계 생활지원금 지급기준표를 적용할 경우 80년 강제해직 언론인 중 보상신청자의 90% 이상이 1000만 원선에 머물 전망이다.
관련해서 행안부는 지난달 26일 도착한 우편물 답신을 통해 "5.18보상과 관련해 타 유사법률인 민주화보상법 및 부마항쟁보상법을 고려했으며, 5.18 해직자가 민주화보상법에 의해 이미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은 사례 등을 감안하여 형평성 차원에서 물가 인상률 반영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80년해언협은 3일 보도자료를 내고 "행안부는 언제까지 형평성을 얘기할 것인가. 100년 뒤에도 똑같은 말을 되풀이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국가 권력에 의해 강제해직당한 언론인들에게 해직기간에 해당하는 물가인상률을 적용해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게 마땅하므로 현실적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80년해언협에 따르면 1980년 당시 전국의 언론사에서 강제해직된 언론인은 1000여명에 이른다. 해직된 지 44년이 흘러 고인이 된 사람도 많고 소재파악도 어려운 상태이다. 당시 20대, 30~40대였던 강제해직 언론인들은 지금은 적게는 70대, 많게는 80~90대가 되었다.
80년해언협은 "신군부의 동종, 유사 업종 취업불가 딱지로 인해 수년간 간난신고를 겪은 강제해직 언론인들은 40여년 만에 국가 보상의 길이 마련되었으나 행안부와 광주시의 홍보 미흡으로 지난 연말까지 보상신청자는 176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80년해언협은 1980년 5월 5·18 민주화 운동의 진상을 알리고자 검열을 거부하거나 제작 거부에 동참했다는 등의 이유로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그해 8월 강제 해직된 언론인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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