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통령선거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 공식 지명 이후 처음으로 CNN과 인터뷰를 가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 시간이 16분에 불과했으며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29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카멀라는 16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말했고 이 나라의 범죄 위기에 대해서는 다루지도 않았다"며 "단지 3분 25초 동안 경제에 대해, 2분 36초 동안 이민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카멀라 해리스 '동무'(Comrad)와 바이든은 우리의 국경을 파괴했다. 나는 이를 재건하고 다시 튼튼하게 할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동무'(Comrad)라고 부르는데, 이는 공산주의 및 사회주의 국가나 당에서 상대를 부를 때 쓰는 호칭으로, 해리스 부통령 및 민주당을 공산‧사회주의권에 가까운 인사로 인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해리스의 대답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횡설수설하고 있다"며 "그가 '가치관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국경은 개방된 채로 유지될 것이고, 불법 체류자들을 위한 무료 의료 서비스가 실시될 것이며 총기는 몰수되고, 개인 의료 서비스가 폐지될 것이며 70~80%의 세율이 시행되고 경찰에 대한 자금을 삭감할 것이다. 미국은 황무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캠프 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가치관이 변하지 않았다고 세 번이나 언급했다며 "그는 여전히 샌프란시스코의 급진주의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캠프는 해리스 부통령이 주요 쟁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현안들을 나열했다. 우선 캠프는 해리스가 '미네소타 프리덤 펀드'에 기금을 낸 것을 문제 삼았다. 이 단체가 범죄를 일으킨 '폭도'들을 석방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 캠프 측의 주장이다.
해당 단체는 현금으로 석방될 수 있는 '보석 제도'가 존재하는 미네소타주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보석금을 대신 내주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법적으로 무고한 사람들은 감옥에 가는 반면, 부유한 사람들은 (보석 제도로) 자유를 누리고 있다"며 "우리 주에서 재산에 기반을 둔 재판 전 구금과 이민 구금을 폐지할 때까지 공정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 측은 해리스 부통령이 경찰 예산 축소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이 내용을 방송 인터뷰에서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020년 6월 9일 뉴욕의 지역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찰 예산 삭감 운동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운동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는 흑인 남성의 사망 사건이 있었다. 2020년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40대의 흑인 남성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관의 무릎에 약 9분 동안 목이 눌린 채로 있다가 사망했다. 이에 경찰의 과도한 진압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경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고, 그 일환으로 예산 삭감 운동이 일어난 바 있다.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 부통령이 이민 수용소를 폐쇄하고 수천 명의 범죄자들을 미국인들 거주지로 들어오게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미국 내 백인 우월주의 테러단체인 'KKK'(쿠 클럭스 클랜; Ku Klux Klan)에 빗댄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8년 11월 해리스 당시 상원의원은 이민세관단속국장 지명자인 로널드 비티엘로의 인사청문회에서 ICE와 KKK의 유사성에 대한 "인식"이 있는지 물었다고 지난달 29일 미 방송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해리스 의원은 청문회에서 "ICE가 이민자들 사이에서, 특히 멕시코와 중앙 아메리카에서 오는 이민자들 사이에서 두려움과 위협을 일으킨다는 인식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나"라고 질문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29일 미 일간지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서퍽 대학과 함께 지난 25~28일 투표 의향이 높은 100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유선전화 및 휴대전화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47.6%의 지지를 얻어 43.3% 지지에 그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다고 보도했다. 양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인 ±3.1% 안쪽이다.
신문은 이번 조사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4% 포인트 차로 앞섰던 지난 6월 말 조사에 비해 8% 포인트 역전된 결과"라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이번 여론조사가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에 이뤄졌고 양 후보의 격차가 여전히 오차범위 내에 있긴 하다"라며 해리스 부통령의 우세를 단정짓기는 어렵다면서도 "해리스 측으로 선거 흐름이 움직이고 있다는 상황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배경을 두고 신문은 "젊은층과 히스패닉, 흑인 유권자들을 포함해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우호적인 인구 집단들에서 큰 변화가 나타났다"며 "이는 지난 6월 이후 나타난 변화 가운데 여론조사 오차범위를 벗어난 경우"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8~34세의 젊은 유권자의 경우 6월까지는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11% 포인트 더 지지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을 13% 포인트 더 지지하는 것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이들 연령층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49%, 트럼프 전 대통령이 36%의 지지를 얻었다.
신문은 "공화당에서 공을 들였던 히스패닉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2% 포인트 차로 앞섰으나 지금은 해리스 부통령이 16% 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며 해리스 부통령이 53%, 트럼프 전 대통령이 3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흑인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47%의 격차를 보였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76%의 지지를 얻어 12% 지지에 그친 트럼프 전 대통령을 64% 포인트 차로 크게 앞서고 있다.
연간 소득 2만 달러 이하인 저소득층 유권자들의 경우 58%가 해리스 부통령을, 35%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모든 계층의 유권자들은 (해리스 부통령의 등장으로) 선거가 변화되었다고 말한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주요 정당에 의해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최초의 비백인 여성이자 남아시아 혈통의 인물이고, 78세의 트럼프 전 대통령, 81세의 바이든 대통령보다 한 세대 어리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거주 중인 에이미 핸드릭스 씨가 "사람들은 바이든이 트럼프와 정면으로 맞설 때보다 해리스가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질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며 "여성에게 투표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또 다른 미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발표된 여론조사 역시 해리스 부통령이 우세를 보였다. 지난 24~28일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오차범위 (±2.5%포인트) 안쪽이긴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48%의 지지를 얻어 47% 지지를 기록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앞섰다.
앞서 지난달 23~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47% 지지를 받아 49% 지지를 얻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열세를 보였었다. 또 신문에서 지난해 4월부터 실시한 대통령 선거 관련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 내라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경합주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와 미국의 여론조사 및 컨설팅 업체인 모닝 컨설트가 23∼27일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7개 경합주 등록유권자 496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조사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이 평균 2% 차이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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